9월이라는 언덕
시간이라는 선물은 기록해서 남기지 않으면 그 특별함을 모르고 넘어가는 것 같다. 적으면 소중하고 의미 있음을 알면서도 매 월 이렇게 성찰 일지를 남기려면 게으름과 귀찮음과 싸워야 한다. 마음같이 몸이 적극적이지 못하다. 한 달은 생각보다 지루하면서 정신없고 여유로우면서 빠르다. 이게 무슨 말인지... 감정도 상황도 복잡하다.
9월은 남편과 같이 보낸 시간이 많았다. 8월까지 진행되었던 훈련이 마치면서 휴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게 미묘하다. 이전에는 남편이 휴무라면 하루라도 가고 싶은 곳을 계획하면서 데이트하기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멀뚱 거리면서 밥 한번 나가서 먹기도 귀찮아한다. 남편도 늦잠과 넷플릭스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를 두고 권태로운 중년 부부라고 하던가. 아님 쉬는 날은 서로가 각자 쉬고 싶은 마음이었던가. 아무튼 그런 마음에 지기 싫어서 애써서 나갔다. 나가서 각자 핸드폰을 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골프를 쳐야 하나. 자전거를 타야 하나. 며칠이지만 은퇴 부부의 삶을 잠시 느껴보았다.
평소에 쬐려 보던 책들을 정리했다. 책을 계속 구입하니 책장을 넘어서 쌓여간 지 오래였다. 손이 안 가고 보지 않는 책들은 정리하고 베스트책 200권만 추려서 책장에 두는 것이 나의 로망이다. 물론 모든 책을 소장하려는 남편과 대치되긴 하지만 언젠가는 딱 그만큼의 책으로 행복하고 싶다. 200권이 적을까. 그게 걱정이긴 하다. 어쨌든 원하는 책은 남기고 주변에 나눔 하고 1차 정리를 했다. 2차는 언제 할지 모르겠다.
9월은 불안이 올라와 힘겨웠다. 일어나지 않는 추측성 감정들인지 왜 그렇게 다운되게 하는지 모르겠다. <<엄마의 멘탈 수업>>에서는 생각은 행동을 함으로써 또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읽으면서도 책을 읽으면 뭐 하나 흔들리며 어려워하는 건 매한가지인데라는 무기력이 올라온다. 지나가는 과정이고 늙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것에 몰입에 힘을 얻었다. 어느 날은 반찬을 왕창 만들고 어느 날은 블로그를 왕창 쓰고... 점점 몰입으로 살아갈 것 같다. 짧아서 문제지. 흠...
*9월의 책
9월은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었다. 이탈리아 통일 시기에 몰락하는 봉건 귀족의 상황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었을까. 한 인간으로서 쇠락에 연민과 아픔으로 읽었던 <<표범>>이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는 드라마 영향 때문이었나. 제목만 알았지 내용은 잘 알지 못했던 소설이었다. 한 사람의 두 인격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사람인데 두 사람 두 인격이었다. 세상에. 도대체 누가 범인인 거야 파내가는 <<가공범>>도 재미있었고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도 흥미로웠다. 어쩌다 보니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9월의 문장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길 바라면 모두 다 바꾸어야 해요." <<표범>>
"높은 것만을 칭찬하지 말라. 평야도 언덕과 마찬가지로 영원하다."
-필립 베일리 <<당신을 위한 문장들>>
*9월의 공연, 전시, 영화, 드라마, 행사 : <<군문화축제>>에서 블랙이글스도 보고 군악대 퍼레이드도 보고 군헬기, 탱크 전시도 보고 왔다. 전국에서 오는 계룡의 가장 큰 행사인데 볼 때마다 뭔가 애국심이 차오르는 것 같다.
*9월의 포토
상단 이미지 (군문화축제 블랙이글스)
*9월의 소비
특별한 소비가 없었지만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 것들이 소비된다면 10월에 터지지 않을까 싶다
*9월의 음식
무화과. 지금만 먹어볼 수 있는 맛.
출처: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인용: 여름 작가님 브런치
1. 25년 나의 목표는? 재미있게 균형 잡힌 일상
2. 9월의 확언: 나의 가치는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내면에서 나온다
3. 지난 한 달간 내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요? 운동, 글쓰기, 메모
4. 지난 한 달간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감정관리, 특히 사소한 것들도 불안으로 와서 힘을 뺐다.
5. 9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무엇인가요? 함께 하는 사람들은 소중하다.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건 무엇인가요? 독서과 글쓰기 (집중의 시간)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으신가요? 좋은 습관은 유지하고 좋아하는 것 하기
출처: 웰니스 코칭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