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라 쓰고 피드백이라 우기기
1월은 그랬다. 배를 조이지 않은 넉넉한 배기바지를 입었고 처진 가슴을 올리려 애쓰는 브라를 벗어던지고 세상 편한 브라탑을 입었다. 일을 쉬니 퍼지는 건가, 아님 몸과 마음이 휴식을 원했던 것인가. 계획을 좋아해서 많은 계획을 세워놨지만 급하게 손대지 않았다. 애들 방학이고 이래저래 분주한 것들 투성이지만 나는 나를 만나고 돌보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왜 하필 이때일까 싶지만 이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살다 보면 또 일이 년 훅 갈 것이 분명하다.
으스스 추운 새벽 공기는 침대에서부터 나서는 걸 주저하게 했다. 겨울의 어둠은 얼마나 달콤하던지 정말 쿨쿨 잘 잤다.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나름 예민한 사람이다) 유달리 잠이 달고 달았다. "잘 자는 건 축복이야." 남편은 날 보며 자주 하는 말이다. 그런 나를 존중하며 잘 달래서 새벽에 일어나려 했다. 6시 기상과 아침 루틴(스트레칭-감사일기-매일성경큐티-독서)을 완성하고 싶었다. 토, 일 제외하고 60% 정도 한 것 같다. 2월까지 시간을 두고 5시 30분으로 기상 시간을 당기는 것을 목표로 계속하려 한다. 새벽에 일어나려는 이유는 나의 에너지 흐름이 새벽이 좋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좋을 때 나를 발전시키는 것에 몰입하고 싶다. (기 빨리는 일들이 시작되기 전에 말이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그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단 게 너무 당겨." 밥을 먹고 나면 왜 이렇게 달달한 후식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미쳤구나 하면서도 군것질을 멈출 수 없었다. 한참 운동할 때는 간헐적 단식이나 채소와 단백질로 식단을 조절했는데... 지금은 운동도 놓고 식단도 놓았다. 겨울은 뜨끈한 국물이지 하면서 끓여댔던 찌개, 국은 밥을 불렀고 진정한 탄수화물에 맛에 빠져 버렸다. 결과는 동그란 얼굴과 동그란 상체와 터질듯한 하체. 삼단 눈사람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1월 31일. 그냥 31일 동안 행복했다고 말하겠다. 나를 비난하지도 후회하지도 반성하지 않겠다. (난 늘 후회하고 반성하고 자기비난하는 인간이었다.) 인생 최대 몸무게를 확인했으니 내일부터 식단 조절하겠다. 2월이니깐. 밀가루, 밥 절제하고 채소, 고기 식단으로 단 거를 하루에 한 번으로 줄일 예정이다. (울지 마. 그래야 해. 2월까지 먹으면 더 힘들어질 거 같아. 너를 위해서야.)
독서는 양과 질에 있어서 조금 아쉽다. 집중의 문제일까. <매일성경>으로 신명기를 묵상하고 있다. 광야와 가나안의 경계에 선 이스라엘 백성이 경계를 넘어 가나안으로 넘어가게 하는 말씀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가나안의 약속의 땅이지만 유혹과 결정할 게 많은 땅이다. 40년을 준비시켜 들어간 땅에서 광야의 하나님을 기억해야 하는 아이러니의 땅. 그곳이 현재와 그리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녀장의 시대>,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서사의 위기>를 읽었다. 물론 도서관에서 대출해 와서 펴보지 못한 책도 있다. 읽는 시간을 두고 기록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다. 기록을 잘하지 않는 인간이었는데 '뇌의 노화'를 인지하면서부터 기록을 해 보려고 한다. 밀도 있는 독서와 불편하지 않는 기록의 균형을 찾고 싶다. 아직까지는 기록하면서 독서를 하는 게 흐름이 깨지고 집중이 안 된다.
아들과의 관계는 긴 숙제가 될 듯싶다. 예민하고 꼼꼼한 엄마가 챙겨주는 게 익숙한 아이는 4학년이 지나도 본인이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 할 때까지 두고 보다가 늘 먼저 주도하는 것이 나였다. 느리고 부족하게 하는 모습이 늘 내 성에 안 찼다. 늦었는데 더 늦기 전에 '자기 주도적인 인간'의 초석을 놓으려 참고 있는데 너무 힘들다. '현명한 방관맘'이 내 성질에 못 이겨 닦달하는 엄마가 되지 않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이 과정 속에 얻고 잃는 것이 배움이 될지 막연하고 궁금하다. 어렵다. 그래도 해 내야 한다.
1월에 예상치 않게 오랜 친구들과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가족 여행은 나 혼자 준비해야 했는데 어른 4명이 준비하니 한 결 편안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함께 간 6명의 아이들도 즐거웠으리라 믿는다.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 있는 만큼 예기치 않은 걱정거리도 생겼다. 인생이다. 나만 피해 가라고 이기적인 기도는 할 수 없다. 다만 살얼음을 걷는 이 길에 해법이 생기고 모두가 잘 되길 기도한다. 우리도 당신들도 모두 잘 이겨내는 시간 되길 바라본다.
2월은 선택해야 하고 결정해야 한다. 몇 가지 예비된 변화에 의연하고 싶다. 환경과 상황에 예민해지지 않는 연습. 새 학기에 늘 애들보다 긴장하고 날카로워지는 엄마로서 조금 다른 선택과 실행을 하고 싶다. 부정적으로 생각해 버리는 쉬운 길 말고 긍정하는 어려운 길을 걸어가길. 좋은 루틴을 만들어 가고 글 쓰는 마음이 조금 편해지길. 적응하는 것이 오래 걸려도 그만큼 오래 하면서 편해지길 기대해 본다.
<2024 성장메이트 1월 Feedback Q를 가지고 쓴 글입니다.>
1. 24년 나의 목표는? 다정한 선택, 즐거운 실행
2. 1월은 Setting the table이었다.
3. 지난 한 달간 내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요?
4. 지난 한 달간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5. 1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무엇인가요?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건 무엇인가요?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으신가요?
[2~5 질문의 출처: 밸류비스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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