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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Sep 01. 2020

세계관의 뿌리를 찾아서

도현신 저자의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북 리뷰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무엇인가. 우주의 크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전자 배치를 통해 원하는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 시대에도,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다양하다. 빅뱅을 통한 우주의 탄생과 현생 인류와 이전의 인간 종이 생존을 놓고 벌인 전쟁들이 밝혀지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신이 칠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음을 믿는다고 한다. 확인된 사실만을 인정하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신화적인 이야기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않지만, 사실 그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거대하고 무한해 보이는 이 세상에서 인류가 밝혀내고 확인한 사실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신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신의 부재를 입증할 수는 없다(적어도 현재 까지는). 세상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향하는가. 감히 내가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은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입증될 수 없지만 세상의 시작과 흐름, 그리고 끝을 설명하는 어떤 이야기를 믿는다는 사실이다. 비록 그 이야기가 모두 다를지라도.

 각자가 믿는 세상 이야기를 나는 '종교'라고 부르겠다.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비과학적인 것은 실제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믿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그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믿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인간의 종교성에 대해서는 [사피엔스]를 보면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저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이전에 존재했던 다른 인류를 어떻게 멸종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고 다른 이들과 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존재였다고 말한다. 사피엔스는 신화나 어떤 믿음 속에서 강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고, 유대감으로 뭉친 집단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가장 큰 힘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지구에서 존재하는 인류는 사피엔스뿐이다. 사피엔스가 출현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느냐고, 현재 인류가 과거의 존재들과 같을 수는 없을 거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몇 만년 전의 인류와 현재의 인류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종교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결정한다.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동지가 되고 다른 믿음을 믿는 사람들은 적이 되어 서로가 갖고 있는 종교를 입증하고자 전쟁을 벌인다.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사례들로 그것을 증거 한다. 부족과 나라, 문화를 파괴하고 새로 세울 정도로 종교의 힘은 컸다. 종교란 실상 인류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쳐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멀리서 찾아볼 필요도 없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고난을 겪고 있는 이때에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사람들,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고 테러행위도 주저하지 않는 IS 같은 조직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인생을 바치는 그 믿음은 얼마나 완벽한 것이냐고. 신이 계시한 것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맞냐고. 다른 종교들과는 정말 다르냐고.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은 세계에 존재했거나 지금도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를 소개해준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같은 유명한 종교부터 조로아스터교에 대해, 마니교에 대해, 드루이드교, 게르만족의 신화 등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종교들에 대한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아주 고대의 종교, 소수의 사람만이 믿었던 종교, 전쟁에서 패하면서 사라져 간 종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그저 호기심과 재미로만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은 지극히 짧은 순간만을 살 수 있는 우리 인간의 한계와 그로 인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지금의 불교는 석가모니가 말했던 불교일까. 현재의 기독교는, 유대교는 과연 신이 계시한 내용을 처음부터 온전하게 보전하고 있을까. 각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은 자신이 배운 교리가, 종교가 가지고 있는 신화가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임을 확신한다. 그렇지만 종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의 종교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변화에는 미세한 것은 물론 세계를 바라보는 거대한 관점의 변화도 포함한다. 구약성경의 이야기들이 앞서 존재했던 수메르와 바빌론의 신앙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조로아스터교에서 사후 세계와 구세주 교리가 만들어지고 그것에 유대교가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조로아스터교의 신 중 하나인 미트라를 숭배하는 미트라교에서 미륵불 신앙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떠한가. 종교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어떤 사상이란 것이 갑자기 나타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해가 됐다. 모든 인간은 무엇인가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지 않던가. 처음부터 존재했던 사상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이전의 어떤 인간으로부터, 이전의 어떤 생각으로부터, 고대의 어떤 신앙으로부터  무엇도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종교를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볼 수 있는가. 각 종교가 서로 얽혀있는 것이 많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관점은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었는지, 지금 나의 종교가 어떤 흐름으로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 아는 것은 나라는 사람의 뿌리가 어디인지 아는 것처럼 중요하다. 세계관은 실제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것에 영향을 주고, 그에 따라 반응하게 만든다. 단편적인 세계관은 어딘가 어긋나고 온전치 못한 삶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은 고대부터 세상에 존재했던 다양한 종교들이 서로에게 끼친 영향들을 보여주면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종교를 어떻게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입체적인 세계관은 입체적인 인간의 삶으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이밖에도 책에서는 종교로 인한 전쟁과 세계사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책을 보다 보면 종교가 세계의 역사를 바꿔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어떻게 아즈텍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할 수 있었을까. 나라의 동맹 관계와 적대 관계가 종교 때문에 정해질 수 있을까. 종교 때문에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까.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을 통해 종교에 대한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전해준 저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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