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글 붓기
남지 않을까 두려우면서도, 나는 계속 붓는다
나는 요즘 글을 쓴다.
어떤 날은 의욕에 차서,
어떤 날은 마음이 무거워서,
어떤 날은 그저 나를 증명하기 위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속상할 때가 많다.
열심히 쓴 글에도 반응이 없을 때,
‘이건 그냥 나 혼자만의 언어인가?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는 건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늘 같은 질문이 기다린다.
‘나는, 그리고 내가 쓴 이 글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 두려움은 생각보다 자주, 깊게 찾아온다.
내가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이 문장이 어느 곳에도 닿지 못한 채 흩어질까 봐.
나라는 사람의 시간이, 마음이,
기억되지도, 남겨지지도 않을까 봐.
그럼에도 나는 계속 쓴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지금 내가 쓰는 이 글들은
마치 마중물과 같다는 것을.
마중물은 처음엔 아무 효과도 없어 보인다.
손에 잡히지 않고, 때로는 땅속으로 그냥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물이 있어야만
언젠가 깊은 곳의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나는 지금 그 마중물을 붓고 있다.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말들을 조용히 흘려보내며,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닿기 위해.
남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과,
남기고 싶다는 바람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끌어안은 채,
그럼에도 여전히 의미를 향해,
나는 계속 붓는다.
언젠가는 세상을 조금 적실 수 있다는 바람으로.
PS : 스스로를 향한 위로와 격려를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