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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May 22. 2022

실패한 작가가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 대하여

나는 아직 젊다

 2022년을 시작하며 소설책 한 권을 이북으로 출간했다. 정확하게는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이다. 그것을 준비하던 작년 하반기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다 작가로 성공하는 거 아냐? 아니, 현실적으로 성공까지는 무리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들어서는 거 아냐? 어쩌면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기운이 차있었을 것이다. 기대에 그런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헛되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의욕과 함께 자신감마저 쪼그라들어 있다.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성적은 저조하다. 출판사 중 한 곳이라도 주목해주리라 생각했는데,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작품에 그럴 리가 만무할 듯하다. 


 나는 이렇게 실패한 작가가 되었다. 작품으로 성공하지 못한 소설가는 실패한 것과 같다. 읽히지 않는 작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작품이 존재하지 않으면 작가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  오히려 작품성이 없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늘어나지 않는 조회수에 풀이 죽어있던 오늘, 한 독자가 나의 글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내가 쓴 글을 생각날 때마다 몇 번이고 읽었다고 했다. 특별히 어떤 부분까지 집어서 마음에 든다는 표시까지 해주었다 하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새로운 글이 언제 올라오는지도 물으며 기다리고 있다는 독자의 말을 들었을 때 어디서부턴가 힘이 나는 듯했다. 그래, 작가는 작품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독자로부터 존재하기도 하지. 작품의 의미가 완성되는 것은  출판사로부터도 아니요, 문학상으로부터도 아니요, 독자로 부터이지. 한 명의 독자가 나의 글을 읽고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하나의 세계에 영향을 주는 글이 되는 것이었지. 나의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들 나의 글쓰기가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닌데, 과도한 낙담 속에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실패한 작가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아낸 듯하다. 그것은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이다. 한 명의 독자라도 존재한다면 됐다는 생각으로 쓰는 것이다. 그것은 실패라는 결과를 지연시킬 것이다. 나는 아직 실패했다고 하기에는 젊고, 내 글을 읽고 실망한 사람도 적으며, 독자에게 전해줄 것들을 다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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