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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Jul 20. 2022

조급한 마음에게

하고 싶은 말


휴직 신청을 했다. 회사에 6월 초에 얘기했으니 한 달은 훌쩍 넘었다만 아마 8월이 되기 전까지도 휴직에 들어가지는 못할 것 같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사람이 구해지면 당장이라도 휴직에 들어갈 수 있음에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그러지 못하고 있다. 몇 번의 면접 소식을 들었지만, 면접자가 거절하거나 회사에서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때마다 번번이 기대를 했다가 실망을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그런 상황이 되고, 나는 어떻게 어떻게 할 수 있겠지라는 계획을 세우면 계획이 쓸모 없어지게 되곤 한다. 출근하는 날은 출근하고 싶지 않은, 이미 떠버린 마음을 어떻게든 달래서 집을 나선다. 아침마다 딸아이의 울음소리와 아내의 짜증 섞인 한숨을 뒤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벌써 8개월을 살아내고 있는 딸아이는 벌써 온 집안을 기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제 몸을 뒤집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경이로움을 느꼈던 것이 얼마 전이건만 이제 평평한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딸아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닌 게, 이제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식탁 아래에, 의자 다리 사이에 들어가 있는다든지, 좋아하는 장난감에 맹목적으로 돌진하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힌다든지, 입에 넣어서는 안 되는 오래된 책을 집어서 빨고 있는다든지 그런 상황들이 반복된다.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겪다 보니 항상 긴장상태에 빠진다. 얘야, 그러면 안 된단다 하고 말한다고 알아들을 나이는 절대 아니지만, 그런 나이가 되어도 아마 말을 듣진 않을 테다. 아무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 ,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 편하게 말하던 사람이 그러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람은 말을 걸면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처음엔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고,  그러는 건지 이유가 궁금했는데, 괘씸하고 미운 마음이 점차 커지면서 이유는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아졌다. 싫고 같이 있고 싶지  뿐이었다. 1년이 훨씬 지난 상황에서 그는 이제 나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주위에 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드려고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질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진흙탕 싸움을 하고 싶진 않다.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상종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또한 인간관계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없다는 것을 조금 오랫동안 기억하게   같다.


장인어른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급작스러운 죽음에 아내를 비롯해서 처가 식구들 모두 당황하고 괴로워했다. 사람의 생명이 이리도 허망하게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그것이 진실일지도 몰랐다. 조금 더 자주 찾아뵙고 딸아이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고 죄송하기만 했다. 남겨진 장모님과 처남, 아내를 잘 챙기는 것이 지금의 최선일 것이다.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조급함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이 그리도 조급한가. 아니, 불안한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데. 마땅히 되어야 하는 것은 또 어떤 것인데. 그런 질문들이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다 틀어져버릴 것만 같다. 마음이 무엇을 바라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두라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만, 삶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다만 아직 그런 역량이 부족한 내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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