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8.27

감염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신기하게도 코드 블루 방송이 나오기 5초 전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 번째 방송을 듣고 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하도 자주 그런 일이 반복돼서 한 번은 첫 방송이었는지 일하고 있던 간호 선생님께 물어본 적도 있었다.


오늘도 새벽에 눈이 자연스레 떠졌는데, 몇 초 후에 코드블루 방송이 흘러나왔고, 부랴부랴 중환자실로 뛰어내려 갔다. 평소라면 가는 중에 여러 명의 의사들이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인기척도 없을 정도로 복도가 잠잠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날 밤늦게까지 병원에서 첫 신장 이식 수술이 진행되어서 아마 당직이었던 모든 선생님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중환자실조차도 많이 조용했다. 해당 환자 구역에 들어서보니 선생님 한 분이 혼자 환자 위가 아닌 옆에서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부분 루카스 기계를 걸어 놓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서보니, 환자의 가슴은 활짝 열려있었다. 얇은 플라스틱 막 하나만 환자의 내장을 가리고 있었고, 옆가슴을 칠 때마다 막 사이로 피가 조금씩 흘러나와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 흉부외과 교수님은 반가워하시면서 환자 옆에 심폐소생술을 좀 이어가달라고 부탁하셨다, 환자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오겠다며.


40대의 젊은 남자 환자였다. 치과의사였던 분인데, 갑자기 쓰러지면서 본원 응급실로 내원했었고, 응급수술을 진행하고 며칠 경과 관찰을 하고 있었지만, 심장이 결국은 멈춰버린 것이었다. 이 정도 상황이면 대부분 연명치료 계획을 설립해 놨을 텐데, 워낙 갑작스레 생긴 일이라 가족분들이 납득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3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해야 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환자의 옆에서 압박을 기계처럼 누르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다른 전공의 선생님들이 차례로 내려와 주었고, 아내분도 설득이 되셨는지, 한 시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심폐소생술을 종료할 수 있었다.


모두 정리를 하고 떠난 중에, 교수님이 환자 가슴 꿰매는 것을 도와달라 하여, 내가 남아서 교수님을 도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 시절에 심장 수술을 하는 것이 워낙 멋있어 보였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니 교수님께서 가정의학과 수련을 마치면 언제든지 흉부외과 수련을 다시 받으러 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솔직히 수련을 또 받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것 같았다. 특히 이 새벽에도 혼자 나와서 환자 곁을 지키고 계신 모습을 보면 나는 결코 쉽게 뛰어들지는 못할 것 같다. 그저 어땠을까 하는 생각 정도만.


활짝 벌어진 가슴속에 잠잠히 있던 환자분의 심장. 한 땀 꿰맬 때마다 환자가 정말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리를 다 하고 나니, 이젠 정말 시체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인턴 때부터 사망선언을 자주 하면서 익숙해질 법 하지만, 오늘 마주한 환자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의학은 역시나 너무나도 방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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