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8.20

감염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본원 감염내과에는 교수님이 두 분 계신다. 시니어 교수님 환자를 주로 보면서, 회진 시간이 겹치지 않을 때 주니어 교수님 회진을 참관하는 방식으로 파견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주니어 교수님 환자들의 주호소와 치료 계획을 상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다.


40대 여성분이 지속되는 발열 증상으로 대학병원 감염내과 외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동네 병원을 몇 군데 다녀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서 오게 되었다고. 아무래도 대학병원까지 왔으니, 이곳에서는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마지막 장소쯤 여겨지기 때문에 첫 검사에도 많은 항목들이 포함되어 진행된다. 그렇게 한차례 검사를 진행했는데도, 특별히 확인되는 이상소견은 없었다. 특히 목, 가슴, 복부 전신 컴퓨터 단층 촬영을 진행했는데도 영상의학과 측에서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다음날에도 추가 검사를 진행했고, 이번 역시도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세균이나, 진균, 바이러스나 자가면역의 지표는 전부 정상이었다. 특별히 보이는 고형암도 없었고, 전신을 훑어봐도 다친 곳이나 부은 곳, 피부 소견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이때 교수님께서 스테로이드라도 사용하면 발열 증상을 조금이나마 호전시킬 수 있겠지만, 사용하는 순간 검사 상에서 이상 소견을 놓칠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최대한 늦게 사용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환자분은 열이 계속돼서 진통해열제를 지속적으로 복용 중이었지만, 그래도 못 참을 정도는 아니라서 괜찮다는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괜찮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다음날 환자 혈압은 급격히 저하되었고, 교수님은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비록 재검을 하기 이른 감이 있었지만 컴퓨터 단층 촬영을 다시 진행했는데, 그제야 림프종이 발견되었다. 나는 시니어 교수님 회진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바로 갔지만, 주니어 교수님께서는 중환자실까지는 오지 않아도 된다 하셨다. 평소라면 그럼에도 남아서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곁에 있었겠지만, 그날따라 교수님의 표정에 속상함이 여실히 드러나 있던 것을 봤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발견했으면 환자 상태가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그런 표정. 하지만 정해진 검사체계과 치료 방칙을 온전히 따르셨기에 특별히 더 빠르게 알 방법도 없었을 것이다.


환자 상태에 대한 그 이후의 소식은 다음날 내가 직접 찾아봤는데, 중환자실로 옮겨진 당일 저녁에 이미 돌아가셨다는 기록만 남겨있었다. 혈액암에 대한 지식은 많이 부족했지만, 그렇게 순식간에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이렇게나 의학이 발전해도 여전히 무서운 질병들은 가득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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