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3.12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오늘은 조금 더 본격적으로 자취할 방을 찾아다녀봤다. 주변 검색도 하고 부동산도 찾아가서 실제로 방을 보기도. 어딜 가나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되면 활동 반경이 현저히 좁다 차츰 넓어지기 마련인데, 차가 있으니 어쨌든 병원에서 조금은 멀어도 괜찮은 곳으로 찾아보긴 했다. 또 너무 멀어지면 그냥 집으로 출퇴근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해서 어느 정도의 제한을 두고 찾으러 다녔다.


처음 봤던 곳은 병원과 정말 가까운 곳이었는데 너무 낡은 오피스텔 건물이었고 방 자체는 전 사람이 담배를 폈던지 벽이 너무 노랗게 변해있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방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빌라 느낌의 건물이었는데 말이 5분이었지 도로가 너무 빙글빙글 돌게 되어 있어서 차 막히는 것까지 고려했을 때 영 불편할 것 같아서 마음에서 닫아버렸다. 바로 옆 햄버거 가게가 매우 욕심나긴 했지만 한두 번씩 와서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단념했다.


마지막으로 봤던 곳은 조금 따ᅠ갈어진 곳, 수영장이 가까운 빌라였다. 사실 월 70만 원에 너무 어두컴컴하고, 주차도 거의 없다 싶은 곳이라서 당연 마음속에서 정리를 했다. 솔직히 이 가격을 내면서 살 바에는 공짜로 제공되는 닭장 같은 기숙사 방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기숙사가 불편하다면 신축 병원 역시도 너무 깔끔하고 편이한 대안이기도 했으니.


아마도 기숙사는 같이 쓰게 된 동기와 번갈아 가면서 쓸까 한다. 그 친구가 다른 병원으로 파견 갈 때 내가 쓰고, 돌아오면 나는 자연스레 병원에서 다시 생활하는.


돈 생각을 하지 않고 깨끗한 신축 원룸이 있었다면 몇 달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긴 했지만, 지역에 아파트가 오히려 많아서 그런지 원룸 자체가 많지 않은 동네였다. 아파트 자리를 구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나그네 신분이라는 생각 때문에서인지 그렇게 연을 두는 것이 영 편하지는 않았다.


이전에는 적당히 편하고 깨끗한 침대와 따뜻한 샤워만 있으면 괜찮았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나그네 삶이 힘들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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