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3.13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외과 파견은 토요일 고정 당직이라 약 두 달은 주말이 하루뿐이다. 게다가 이제야 고작 두 번째로 맞이하는 주말 당직이라 여전히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며 병동을 다니고 있다.


환자를 보러 병동에 갔는데, 한 정형외과 교수님께서 나를 불러 세우셨다. 오전에 배액관을 뽑아달라고 했지만, 환자분이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서 나중에 할 생각으로 가만 두었던 분을 직접 보러 오셨던 것이었다.


수술을 끝마치면 이후 발생하는 체액 저류에 의한 감염 및 부종에 따른 통증을 줄이기 위해 배액관을 유치시킨 후 봉합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였고, 개인적으로 생소한 수술이어서 함부로 배액관을 잡아 뽑기가 두려웠다. 특히 환자를 돌려 등을 노출시키는 것부터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쉽게 뭘 하기도 불편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환자를 화끈하게 돌리시더니 배액관을 능숙하게 뽑은 뒤, 번쩍 일으켜 세워 걷게 만들었다. 당연 환자는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교수님께서는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만 한 채 유유히 병동을 빠져나가셨다.


그날따라 정형외과 환자 진료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서 교수님을 빠르게 따라갔다. 교수님께서는 아예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하자고 하여 교수실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와서 무얼 하게 된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하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오기 전까지 있었던 많은 일들. 그렇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교수님께서 내년에 전공의 자리가 생길 수 있으니, 마음이 있다면, 다시금 정형외과에 지원해 보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정형외과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해서 달고 있어서, 그 말씀이 진담이 아니었다 한들 나에게는 많은 위로가 됐다. 기이한 의료보험체계에 많은 희생을 하고 있는 전공의들. 특히나 과중된 정형외과 전공의들의 업무량과 특유의 학대적인 분위기가 너무도 싫었지만, 막상 정형외과를 도망쳐 나오고 보니 패배자라는 생각에 상처가 돼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쳐 나온 곳은 오히려 막다른 골목이라 깊은 좌절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분이었다.


정말 원한다면 길을 찾게 되거나, 언제든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뜻이 있다면 병원까지도 새로 생겨 해당과 수련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된 동기도 있었으니. 워낙 전공의 정원이나 수련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에 이런 얘기는 소소한 위로가 된 것 같았다.


솔직히 지금 당장 옮길 생각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한번 그만둔 적이 있다면, 일단 수련을 끝마치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어쨌든 내게 가장 힘이 된 부분, 이 길이 막다른 곳이 아니고, 끝도 아니며,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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