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3.17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확실히 남들에 비해 안전불감증이 있는 것 같다. 살면서 크게 아팠던 적이 많이 없어서 그런 건지, 직업적인 이유로 지식화가 많이 되어서 그런 건지. 인턴 말쯤에는 코로나 병동 업무를 배정받기도 해서 하루에도 두세 번씩 코로나 환자 병동을 드나들기도 했는데, 감기 증상이 단 한 번도 생긴 적이 없었다. 솔직히 얼마나 사회가 심하게 타격을 받았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병원에만 갇혀 지내기도 했다.


그렇게 코로나 자체에는 걱정이 없었는데, 오히려 백신 접종으로 고생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의료인으로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필수로 별생각 없이 맞았는데 적어도 당직이 아닌 날 맞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올 만큼 너무나도 아팠다. 주사 맞은 자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열이 너무나도 심하게 나서 온몸이 벌벌 떨릴 정도였다. 약을 아무리 먹어도 열이 잘 내리지도 않았다. 다행히 당직 업무가 많이 않아서 망정이지,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고생했을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이렇게나 광범위한 질병의 확산을 근 몇 년간 마주한 적이 없어 모든 나라가 미숙하고 미흡한 대처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정도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백신 접종이 정말 대국민, 아니, 전 세계 인구에 대한 생체 실험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나 연구와 실험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의학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흔히 말하는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의한 것이고,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라고 표현될 만큼 애매한 비세포성 반생물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감염이 되었다고 감염원을 죽이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되려 복제하고 이동하는 것을 막으므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항바이러스제의 목표이다. 하지만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는 낮은 축에 속하고, 약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여 쉽게 줄 수 있는 약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예방에 집중하게 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산업의 목적이 여기 있는 것이다. 사실 바이러스 백신은 당연 이전부터 연구되어 보고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대대적인 발전이 일어난 것은 당연 전 세계적인 유행병에 따른 어마어마한 돈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엄청난 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보였던 것이다.


이런 상태를 최대한 빠르게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백신을 강제할 건 아니었을 것 같다. 역학, 정책. 너무나도 필요하고 중요한 분야인데 그 둘이 또 잘 화합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이 사태가 시작할 즈음 국제 보건 기구에 대한 논란도 정말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어찌 보면 생명, 생활력과 직결된 인들인데 보건, 정책, 역학 등 글자에 의존하여 사람을 대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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