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파견
외과에는 입원의학과 교수님이 두 분 계신고, 두 분 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교수님 회진을 따라다니고, 원하는 외래 진료를 참관하라고 하여 입원의학과 교수님들과도 회진을 돌기로 하였다. 입원의학과 교수님들께서는 격주로 출근을 하고 계셔서, 실질적으로 한분께서 입원의학과로 의뢰된 모든 환자를 다 보고 계셨다. 나의 입원의학과에 대한 부족한 지식과 시스템을 여전히 구축해 가는 신규 병원이라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계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입원의학과에 의뢰된 모든 환자의 입원처방과 관리를 맡고 계신다고 이해했다.
그래서 회진을 참관하기로 했을 때, 사실 교수님 두 분 다 병동 모든 환자를 다 따라다니면서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질문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해주시는 걸로 정하셨다. 한 교수님께는 당직 시간에 난처했던 연락들을 여쭤보았는데, 첫 번째로는 대장암 수술 전 관장약에 대한 질문을 드렸었다. 환자 분들이 수술 전에 관장약을 먹고 장을 비워내야 하는데, 약을 못 먹겠다고 하거나, 먹고 토하거나, 그저 변이 안 나오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애매한 경우에 당직 교수님들께 전화를 드렸었는데, 어딘가 급하지 않은 문제들인 것 같아서 적당히 약을 잘 복용해 달라고 부탁 정도만 하였다.
이에 대해 여쭤보니 당연히 약을 무난하게 잘 복용하고 설사도 적당히 잘하여 장 청소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여길 사항까지는 아니라고 해주셨다. 내시경처럼 잘 보여야 하는 이유가 아니고,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원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하나 논문학적 결론은 명확한 이득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고 얘기해 주셨다. 관행이라고 하기는 쉽지 않지만, 생각보다 하던 것들을 이어하고 있는 게 의료계에도 많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여담으로 변이 노란 물정도로 나오면 잘 된 거라고 알려주셨다. 검색해 보니 색깔별로 준비 정도를 알려주는 사진들도 있었다.
다음 질문은 대장 수술을 하고 난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배액관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당직 때마다 배액물의 색에 대한 연락을 종종 받았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의아한 경우가 많았다. 상황이야 늘 여러 가지겠지만, 일단은 피가 나온다면 출혈이 당연 의심되는 상황인지라 색에 따라 출혈 정도를 가늠하여 재수술이 급하게 필요한 건 아닌지 확인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우윳빛으로 색이 변한다면 림프관의 문제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 심한 정도를 가늠해 보고 필요시 저지방 식이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마지막으로 녹색을 비취게 되면 담즙이 새어 나오는 걸 수도 있어서 이 역시도 바로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셨다. 확실히 기억나는 이유 중 하나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였는데 배액관이 녹색으로 변하더니 문합부누출 의심하 재수술을 한 상태였지만, 결국 다시 누출이 의심되어 또다시 수술을 할지 고민 중이던 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나 많은 경우들을 다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수술을 직접 참여하지 않는 한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라 가정의학과로서 무얼 얻어가야 하는지 애매하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반면에 다른 교수님께서는 수액 처방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는데, 사실 전공의로서 처음 배우게 되는 것이 환자에 대한 처방이고, 흔히 ‘밥바물약’이라고 하여 식사처방 다음에 활력징후 처방 그리고 물이라는 이름하에 수액처방을 해야 했고,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생리식염수, 경정맥영양제, 하트만용약 등 종류는 너무 많으면서도 차이는 미세한 경우도 있고, 어떤 환자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도 난해했다. 너무 많은 자세한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기억에 남는 결론은 비타민을 섞어서 주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신다는 것과, 애매하면 그냥 세트 처방을 긁어서 내면 혼날일은 없을 거라고 해주셨다.
너무 유익했지만, 정말 그냥 전공의 생존을 위한 질문들이었지, 의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한 거 같다. 일단은 생존해야 될 문제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