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5.15

내분비내과/류마티스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친한 친구가 최근부터 축구 동호회를 시작하게 되어 함께 공을 차자고 제안을 해주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지라 22명이 애매하게 모이곤 해서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유지하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너무 느껴지긴 한다. 특히 나는 유학생 시절에 고등학교 축구팀에서 4년간 뛰었던 적이 있고, 대학교에서는 한국인들끼리 축구를 할 때 키퍼로서 뛰곤 해서 나름 귀한 자원이라고 평가받고 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축구는 주저하게 되는 것이, 당연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만회할 기회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일단 축구보다 농구를 훨씬 더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농구에서는 5대 5의 상황으로 공이 나에게 올 확률이 1/10이 된다. 그만큼 빠르게 경기가 흘러가고, 나에게 공이 올 기회가 더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잘못을 한다 해도, 금방 만회할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에 축구는 그 넓은 공간에서 22명의 사람이 뛰기 때문에 공이 나에게 올 확률은 1/22이며, 케다가 키퍼로 뛰면 더욱이 낮은 확률로 공이 오게 된다. 그런 와중에 골이라도 먹히게 된다면 자책감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여담으로 인조잔디에서 뛰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부상의 위험도 조금 더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안 그래도 같이 뛰던 한 분이 넘어지면서 다리를 다치셨는데, 조금 만져보니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것 같았다. 함께 있던 정형외과 선생님이 내일 당장 내원하면 수술해 주겠다고 하는데, 역시나 조심스러워지는 나이가 된 것을 채감하기 시작했다.


병원 일상에서 벗어난 그 모든 시간이 즐겁긴 하지만, 축구는 역시나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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