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6.06

신경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주말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오랜만에 찾아와서 그런지 뭘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었다. 괜한 답답함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무작정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날씨도 좋은 것이 한강 공원을 혼자 다녀올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주 다녀본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길을 잃었다. 원래 찾아가려던 곳은 온데간데없었지만, 공사 중이라 허름해진 구조들 덕분에 한강 물 바로 옆으로 산책할 수 있게 길이 터져있었다. 물은 작은 돌들로 만들어진 간이 방파제를 쉴 새 없이 치면서 작은 목소리로 나를 환영하는 듯 들렸고, 한강으로 내리쬐는 저 햇빛 역시도 찬란하게 춤을 추며 잘 왔다는 그런 공연을 보여주는 듯했다.


혼자 너무나도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는 그 마음. 괜히 지치면서 도망칠 수 없는 구렁텅이 가운데로 고립되어 가는 것 같았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되었다. 괜한 피해의식이 내 마음에 이사 들어오기 전에 미리 정리하여 아름다운 생각들로만 나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할 일이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길이고, 비록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 끝에는 도달하고 나서 새로운 걸음을 옮기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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