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파견
중학교 1학년 때, 반에 악명 높은 아이가 하나 있었다. 주변 학생들을 괴롭히기는 물론, 드라마에서 보던 비싼 물건을 빌려간다는 명목하에 가져가고는 돌려주지 않는 그런 양아치 짓은 하는 놈이었다. 특히 그놈이 나한테는 내 뒤로 와서 속옷을 잡아당기는 그런 괴롭힘도 일삼았던 지라, 그 이후부터 계속해서 격투기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복싱, 주짓수, 그리고 종합격투기도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복싱은 의대생 때 조금 배웠고, 종합격투기는 공중보건의사 복무 직전에 잠시, 그리고 주짓수는 공중보건의사 복무 중에 몇 달 정도 배웠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잔부상이 자주 생겨서, 다치고 쉬는 것을 반복하다 복무가 끝나있었다.
인턴 때는 워낙 이동이 많아서 다시 시작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지만, 나름의 반복적인 출퇴근이 가능했던 전공의 시절이 시작되었을 때 다시 주짓수를 등록했다. 여전히 잔부상은 조금씩 생겼지만,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몸을 사리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무엇보다 반복되는 당직으로 애매한 불면증이 생겼는데, 주짓수를 하고 나면 그렇게나 단잠을 잘 수가 있어서 도무지 끊을 수가 없었다.
불면증이라는 것을 나는 절대 겪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나에게도 새벽녘까지 잠이 안 오는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잠을 자야 한다는 부담을 이겨내고 나서부터 잠을 못 자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잠을 못 자도 어떻게든 하루를 지낼 수 있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깊은 잠을 자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은 없기에 주짓수에 더욱 애착이 갔던 것 같다.
그렇게 처음 격투기를 배우고자 했던 마음은 결국 내 삶에 건강한 일부분이 되어갔다. 특히 격투기를 배울수록 맞으면 아프다는 것이 워낙 몸에 새겨져서, 다른 사람을 때리면 그만큼 아플 거란 생각에 결코 타인에게 주먹을 쓰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되었다. 게다가 세상에는 정말 강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어 복수의 칼날은 솔직히 내려놓으려 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그놈은 커서 기획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유명 아티스트 그룹이랑 친밀하게 일을 하던 중, 정준영 단톡방에 포함된 한 사람으로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 듣지 못했지만, 누구든지 정직하고 올곧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받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