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6.27

신경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30세 남환. 특이 내과적 과거력은 없는 분으로, 내원 7일 전부터 발생한 발열, 내원 5일 전부터 발생한 두통 및 복시 증상으로 진통제 투약에도 호전이 없어 본원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다.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에 대하여 안과적인 질환을 의심하기보다는 신경학적 증상으로 본다면, 발열이 동반된 것까지 고려하여 뇌와 척수에 관련된 질환일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해 볼 수 있어서, 곧바로 척수 천자를 진행하여 검사를 나갔다.


검사 결과상 염증이 의심되는 소견을 보여 원인이 될만한 요인들에 대한 일련의 검사들을 추가로 진행하였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경험적 치료제를 모두 투약하게 되었다. 세균성 감염 가능성에 따른 항생제, 바이러스성에 따른 항바이러스제, 결핵에 따른 항결핵제, 그리고 자가면역질환 가능성에 따른 면역억제제.


그렇게 약들을 투약하면서 환자의 첫 경과를 보았을 때는 원활한 호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통증을 계속해서 호소하고 있었다. 뇌염과 척수염 질환의 경과에 따르면 더 상태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해 미리 환자와 보호자에게 경과를 설명하였고,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것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내심 환자가 좋아지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다음 날 아침에 회진을 돌 때 환자는 사지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아마도 염증이 지속되어 추가적인 신경 손상이 발생하였고, 결국 사지 근력을 주관하는 부분까지 손상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혹여나 근기능 소실에 따른 활력징후 저하소견까지 보일 수 있어 미리 중환자실로 이동하여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퇴근시간이 지나 병원을 나서려는 순간, 해당 환자에 대한 코드 블루가 방송되어 뛰어가보니, 환자가 자가호흡 기능까지 잃어버려 기관삽관을 해야 하는 상태까지 도달한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점차 숨 쉬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이산화탄소가 쌓이기 시작했을 것이고, 이에 호흡 곤란 상태가 지속되어 심정지에까지 이르렀던 것 같다.


그나마 빠른 대처를 통해 기계호흡을 곧바로 시작하였고, 심장 기능은 복귀되었지만, 뇌기능의 정상화는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한 고비를 그래도 잘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며칠 뒤에는 환자의 동공반사가 소실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밝은 빛을 눈으로 향했을 때, 뇌에서 이를 인지하여 자동으로 동공을 수축시켜야 하는데, 이 기능이 상실되었다는 것은 결국 질병이 더 많은 뇌와 척수의 부분을 좀먹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환자는 회복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을 시사하는 바라, 보호자를 빠른 시일 내로 내원할 것을 안내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환자 부모님이 와 계셨고, 교수님은 두 분을 상담실로 불러서 그간 있었던 검사들과 경과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결국 환자는 회복할 가능성이 낮으니, 다시금 심정지 상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싶을 수준일 것으로, 추가적인 연명치료는 무의미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진행하였다.


환자가 이전처럼 살아갈 일도, 깨어날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연명치료계획서 작성을 안내하는 순간 환자의 아버지는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 환자의 어머니는 내일 아들의 생일인데 그 직전날 아들에 대한 사망선언을 한 것이냐며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해당 환자는 나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그냥 평번하게 하루하루 살다가 감기처럼 열이 나기 시작한 것뿐이었는데, 그렇게 생명이 떠나가게 될 정도의 상태로 빠져든 것이었다.


내과 파견을 다니면서 환자가 죽는 여러 과정과 원인이 되는 질병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경계에서도 급격한 상태 악화로 식물인간 마냥 생명만 유지되다 죽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꽤나 놀랐다. 특히 대부분 고령의 환자들이 돌아가시는 것만 목격했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것에 꽤나 당황스러웠다.


누구는 중환자실에 의식도 없는 채 누워 기계에 의존하여 숨을 쉬고 있는 반면에, 다른 누구는 그런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다며 처방을 내고 있는 그런 현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죽음의 숨결이 이렇게나 가까운데, 생명이 사라지는 것은 과연 누구의 주관일지.


앞날을 계획하며 살던 내가 너무나도 어리석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삶의 그 모든 순간을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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