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파견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병원 근처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 그래도 전날 당직으로 오늘 이른 오후에 퇴근을 할 수 있는 날이었는데, 마침 친구도 반차를 낼 예정이라고 하여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친구는 공대를 나와 대기업에 오래 일했던 지라 꽤 여유로운 젊은 부부의 삶을 살고 있었다. 아이도 하나 잘 키우고 있었다. 마침 월급 이야기가 나왔는데, 거진 10년을 한 회사에서 일해서 받는 월급이, 이제 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나의 월급에 비해 월등히 더 높지 않은 것에 의사가 확실히 돈을 잘 버는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별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했지만,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전공의로서 결코 월급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닐 텐데, 내간 그렇게나 화폐가치가 깨져있는 것인지 잠시 의심했다. 하지만 문득 내 친구는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반면에 나는 그에 두 배보다 더한 시간을 일하고 있던 것이었다. 괜히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당연 돈을 보고 의사가 되려던 것은 아니어서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요즘 시대에 부자가 되려고 의사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당연 넉넉하게 살 수는 있겠지만.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존중조차도 받지 못하는 직업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아지곤 한다. 죄다 의사들은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고 욕하지만, 정말로 보험 수가 문제로 필수 의료 지원이 현저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수가를 올리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지만, 정부는 자꾸 의사를 늘리면 해결될 거라는 망언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런 것이, 수가를 올리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고, 포퓰리즘에 의해 투표를 잃을 것은 걱정해 소용없는 다른 방안들만 모색하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들어 내가 너무 낭만만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길을 찾아 나섰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서 다른 길들도 열어놨어야 하는 건지.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일하는데, 사회의 범죄자 취급까지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남들은 다 결혼해서 애도 키우고 있는데, 나는 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