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6.29

신경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시간이 될 때마다 신경과 내에 다른 분과 교수님과 회진을 돌 기회가 종종 있다. 특히 운동장애 분과가 꽤나 생소해서 노력해서라도 참관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오늘 해당 파트 교수님 입원환자가 생겨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진을 돌 기회가 있었다.


일단 오늘 입원하게 된 환자는 오랜 기간 동안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파킨슨병은 간단하게는 뇌에서 도파민 생성이 저하되면서 생기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정교한 움직임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는 결국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것인데, 퇴행성 질환이기에 현재까지는 외부에서 제공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초기에는 알약으로 증상이 꽤 잘 잡혀서 큰 부작용이나 문제없이 지내곤 한다. 하지만 약에 대한 내성이 곧잘 생기며, 운동장애 외에도 발생하는 파킨슨병의 증상들은 해당 치료제로부터 오는 효과가 많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증상의 악화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오늘 내원한 환자분은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병을 앓고 있던지라 복용 약물의 미세조절이 필요하여 입원했던 것이었다. 원래라면 하루에 한두 번씩 복용할 약을, 교수님은 하루에 여섯에서 여덟 번씩 투약할 것까지 고려하고 계셨고, 이어 수면 장애 증상까지도 해결할 방안을 고려하고 계셨다.


내가 직접 환자를 보고 있는 파트가 아니었기에, 해당 환자의 연락을 모두 교수님께 직접 전해지고 있었는데, 거의 두세 시간 단위로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긴 했다. 나 역시 퇴근 전에 한 번은 더 들러서 환자 상태를 확인했는데, 아직 첫날이라 그런지 증상이 원활하게 조절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문득 이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이 났다. 탄생과 죽음의 과정이 반대로 흘러가는 주인공이었는데,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가 되어 죽음에 이르는. 환자분 역시도 나이가 들어 노화에 따른 모든 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 모든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면서 살 수밖에 없어지는 그 모습이 안타까우면서, 그 자연스러운 삶의 방향이란 것이 씁쓸하기도 했다.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없어지는 것이 나에게는 꽤나 큰 공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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