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7.02

정형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문득 어딘가로 너무 떠나고 싶어서, 주말 치기로 제주도 비행기표를 사서 다녀왔다. 숙박업을 시작한 친구를 볼 겸, 괜한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겸.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어두워지는 제주도 바다를 보고 있으니, 그 모든 어지럽던 감정들이 파도의 일렁거림에 따라 조금씩 쓸려 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친구네 집에 도착하고는 정말 기절한 듯 자고 일어나 보니 아침 시간이었고, 친구가 일을 하러 나가야 했기에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이전에 제주도 파견 당시에 혼자 정한 테마 여행이 있었는데, 제주도 수제버거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아주 맛있게 먹었던 햄버거 집을 다시금 들러서 식사를 하고, 유명 가수가 차렸다는 카페도 들러보았지만, 거기는 이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가서 두 시간 만에 문을 닫아 버린 상황이었다.


애매하게 남은 시간은 동네 목욕탕에 가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고,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나서 다시 나른해진 몸을 비행기에 실어 서울로 돌아왔다.


일상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탈을 즐기는 게 이렇게나 쉬운 일인데, 왜 그렇게 삶에 갇혀 지내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세상이 점차 좁혀져 갈수록, 개인의 삶도 희한하게 축소되는 것만 같다.


솔직히 수련 기간은 벌써 절반 가까이 지나왔다. 뒤돌아 보면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일 것을 경험상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훌훌 털어내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즐겨보는 연습을 조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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