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7.04

정형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첫날부터 따로 불려 가서 교수님께 혼나기까지 했다. 인계를 받으면 늘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와서 각별히 챙겨서 알려달라고 했지만, 솔직히 그 모든 질환에 대한 인계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그렇게 사람 마음을 어지럽혀놨던 정형외과 파견 중에 이렇게까지 혼난 것이 더욱 마음을 번잡하게 만들었다.


조금 억울할 만도 한 것이, 오늘 응급실 당직을 맡은 교수님이 수술이 가장 많은 날이기도 했다. 수술 사이사이마다 유선 연락을 통해 응급실로 내원한 신환에 대한 경과를 보고 해야 하는 상황으로, 수술방 밖에서 전공의가 알아서 환자 대처를 잘하면 교수님께서는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제 처음 파견온 전공의가 앞뒤 구분도 못하고 있으니 여간 답답하셨을 것 같다.


솔직히 지나고 나서 생각이 든 것이지만, 한쪽으로 뼈가 부러졌다면, 당연 반대쪽도 기준을 위해 찍어야 하거늘, 왜 그 순간에는 생각이 안 났던 것인지. 게다가 역대급으로 환자가 많이 오기도 했다. 하루에 한두 명 정도 오는 것이 평균적이라고 했는데, 여섯 명이나 왔고, 첫날부터 봉합해야 하는 환자, 정복술이 필요한 환자 등 시간이 꽤나 소요되는 환자들도 많이 내원했다.


마이너과라고 해도 정말 알아야 하는 범위가 너무나도 많아서,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잘 안 잡힌다. 전신에 있는 뼈, 인대 그리고 근육까지도 알고 있어야 하는 느낌이라 인기가 많고 돈도 많이 버는 과의 그 위엄을 나름 체험하기 시작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여전히 후회가 남아있다. 그러다가도 그냥 모든 게 싫어지기도 한다. 정형외고 파견을 무사히 지냈으면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일 텐데, 아는 것이 부족하여 찾아오는 불안감이 아닌지. 이제는 그 마음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채워져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R2 - 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