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7.06

정형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생일이라고 무언가를 특별히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싫지만, 오늘은 꽤나 많은 위로를 받아서 몇 줄 적어볼까 했다.


요 몇 주 아니 몇 달간 생각보다 깊은 외로움과 우울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다들 우스갯소리로 전공의 증후군이라 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들이라 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바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기에 무엇이 나를 그렇게 옥죄는지 좀 생각해 보았다.


20대였을 때의 외로움은 불타는 정욕이 채움 받지 못하여 발버둥 치는 느낌이었다면, 최근까지 느꼈던 외로움은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의 부재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전에는 그저 혼자 있는 것이 너무 싫었다면, 요즘은 혼자 있는 것이 평안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울감은 딱히 설명이 잘되진 않았다. 육체적인 건강도 있고, 몸을 갈아가면서 해야 할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되진 않고, 최저임금도 못 받지만 미래에 넉넉하게 벌 기대를 하게 되는 경제적 보상, 머리 위에 있는 천장과 지붕, 입을 수 있는 옷, 언제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 사회경제학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음에도, 어딘가 울적한 마음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이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고, 또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싶지 않아서 격한 운동이라도 하여 지쳐 쓰러지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지만, 언젠가부터 찾아오던 이 슬픔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내 생일인 것을 특별히 숨겨두지 않았다. 메신저에 생일이라고 뜨는 알림도 끄곤 했는데, 자정부터 그냥 공공연하게 뜨게 두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축하 연락을 쏟아부어주었다. 생일인 것을 미리 알았던 친구들도, 생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연락 준 친구들도. 어찌 되었건 축하의 말과 선물 등으로 각자 마음의 깊이에 따라 전해준 그 모든 것들이 내게 많은 힘이 되었다. 그동안 그래도 내가 관계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 열심히 돌아보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 같기도.


지금 마음에 있는 이 감사함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한다. 이런 마음으로 환자들을 보고 싶기도 하고, 이런 마음으로 한평생 살아가고 싶다. 언제나 넘쳐흐르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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