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파견
척추 파트 교수님 수술방 참관 이야기가 나왔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수술방에 들어갈 일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괜한 수술방에 대한 어떤 미련 때문이었는지, 기회 될 때 꼭 들어가겠다 말하여 오랜만에 수술방을 기웃거리다 나왔다.
선선함을 넘어 차가움이 늘 맴도는 수술실 복도. 항상 느껴지는 소독향내와 백색소음처럼 들리는 공기정화 엔진 소리까지. 수술방 내에서의 소리는 밖으로까지 잘 들리지 않아서, 복도에 서 있으면 끝없는 미궁 속을 빤히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걸음 내딛으면서 맞는 수술방을 찾아가는 것도 괜한 여정을 떠나는 기분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본원에 해당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다른 병원 수술실은 천장이 너무 낮아서 난쟁이가 된 기분도 들 때가 있었다. 게다가 수술과 전공의였으면 이런 환경을 의식할 시간조차 없이 환자들을 넣고 빼고 하느라 정신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술방이라는 곳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과 설렘의 환경, 누군가에게는 답답함이 드리우는 감옥과도 같을 것 같다. 나는 아마 내가 외과계열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 이런 수술방 분위기가 어느 날부터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심지어 외과 인턴 때 아미를 잡고 있는 팔이 덜덜 떨리는 걸 보고는 한 교수가 외과계열은 하지 말라고 한 말도 기억난다.
그럼에도 이렇게 수술방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해당과 환자들이 어떤 과정을 겪는지 알아야 설명과 처방을 더 알맞게 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슨 수술을 어떻게 받는지 알아야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닌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속에 어딘가에 남아 있는 찝찝함에 대한 속죄의 발버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한들 결국 수술방 참관은 오래 하지 못했다. 수술방을 들어갈 때마다 응급실에서 정형외과 환자 협진이 걸렸다는 연락이 와서 영 효율적으로 환자를 볼 수 없었다. 수련 과정 중에 한두 번쯤이야 수술방을 더 오갈 수 있겠지만, 일단 오늘로 정형외과 수술방을 오가는 것은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그 차가운 미궁을 유유히 빠져나오면서, 수술과에 대한, 정형외과에 대한 그 모든 아쉬움은 이제 좀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