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7.24

정형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의사 지인이 나 말고는 한 명도 없다고 하는 친구가 있다. 그래서인지 나를 볼 때마다 "낭만닥터"라고 불러준다. 유명 드라마 제목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 해당 드라마를 본 적이 없는지라 괜히 오글거리게만 느껴진다.


솔직히 병원 드라마 자체를 본 적이 없다. 그나마 본 것이 있다면 미국에서 제작한 병원 배경의 한 시트콤 정도. 그마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도 아니다. 내가 해당 직업군에 있어서 그런 의학드라마의 내용들이 괜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주인공들은 대부분 열정과 실력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살리는 그런 내용이 많은데, 현실은 그런 영웅적 일들이 병원에서 결코 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욱 안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병원 안에서 낭만이라는 것은 대체 뭘까. 이상적인 것을 향해 계속해서 도전하는 그런 마음인 것인가. 병원에서 말하는 그 이상은 그렇다면 무엇일지. 아무리 열심히 환자를 돌아봐도, 기가 막히게 수술을 진행해도, 빠른 시간 내로 최고의 치료를 진행해도, 좋아져서 퇴원하는 환자들보다 회복이 되지 않는 환자들이 더 많은 것을 느낀다.


게다가 제아무리 치료를 잘 진행한다 해도 결국은 나이에 따라 죽음 앞에 서게 된다.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된 것인가. 아마 최선이라는 말이 제일 통하지 않는 곳이 병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갈망하는 그 낭만이란 무엇인지, 내가 환자와 보호자가 될 때까지는 모르는 일인건지. 그저 스스로 부끄러움 없이 진심으로 의사라는 직업을 대한다는 것이 낭만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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