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파견
현장에서 일을 하는 50대 남환. 일하는 도중 손가락을 베어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정확하게는 좌측 검지의 중위지관절 부위, 약 1센티미터의 횡손상, 깊이는 0.5센티미터가 채 안되어 보이는 범위의 병변이었다.
인대, 신경, 그리고 어딘가 손상되어 보이는 정맥들. 세척을 간단하게 하고 움직임, 감각, 그리고 혈류를 확인하여 손상의 정도가 어디까지 진행되었을지 확인하고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수부를 보는 정형외과 교수님이신지라 정확하고 꼼꼼하게 환자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원래 그렇게 꼼꼼한 성격이셨을지, 수부외과를 담당하게 되어 꼼꼼해지신 건지.
교수님께서 응급실로 내려오시고 환자 상태 평가를 같이 해주셨다. 라텍스 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잘라 간이 지혈대로 출혈을 일시적으로 멈춘 뒤, 손가락 마디마다 진찰을 하셨다. 이어 해당 부위의 손상이 꽤 깊어 정식 수술로 진행하여 손상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손상된 부분들을 봉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지만 환자는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본인은 일하면서 다친 적이 많았는데, 단 한 번도 수술을 한 적이 없었다고.
잠시 듣고 계신 교수님은 특별히 환자를 설득하지 않으시고 바로 알겠다고 하셨다. 환자 본인이 결코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니 해당 손가락, 특히 해당 마디의 기능 손실은 불가피할 수 있다 설명하셨고, 나에게 매트리스봉합을 하여 퇴원절차를 밟아달라 하고 떠나셨다.
수술을 해도 손가락의 기능이 이전처럼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현재로서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미세한 감각 기능이 살아 있긴 해서 그냥 가도 된다고 하신 것인지는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환자가 간다고 해서 그냥 보내라고 한 것이었을지. 오랜 경력을 통해 환자 순응도가 결코 높아 보이지 않으니, 설득되지 않을 것이라 하여 보내기로 하신 건지.
일단 지시를 따라 봉합을 하기 시작했는데, 다 끝내고 나니 매트리스 봉합이 아닌 단순 단속 봉합으로 환부를 이어놨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봉합법의 차이라 하면 안정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봉합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한 나머지, 환자가 이대로 다시 병원에 오지 않는다면 그 미세한 차이가 회복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만 같아서 순간 마음이 너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외래라도 꼭 다시 오라고 재차 강조하고 환자를 퇴원시켰다.
늘 병원에 환자가 오면, 질환에 대한 치료를 온전히 하고 귀가시키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순응도를 결코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점차 배워가는 것 같다.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설득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용납할 일인지. 의학을 넘어 사람에 대해 배울 것이 여전히 넘쳐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