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3.27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인턴 때는 당직실에 2층짜리 침대 4개에서 6개까지 모아 두고는 여러 인턴을 한 방으로 배정시켰다. 작은 방에 가득 모일 것 같지만 이전 세대와는 달리 주 80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법적인 무게가 더 실려서 대다수의 인턴들이 퇴근을 하여 당직실이 오히려 비어있게 된다. 게다가 당직을 서는 인턴들은 대부분 술기를 전담하거나 환자 모니터링을 해야 돼서 당직실에서 편히 쉬는 경우가 드물다. 여담이지만 나는 퇴근을 할 수 있어도 웬만하여 병원에서 지내려고 노력했다. 힘들게 새벽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것이 싫었고, 일손이 부족한 인턴 동기들을 조금씩 도와주며 친하게 지낼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선한 마음에 남들을 도우려고 했다기보다 내가 너무 바빴을 때 누군가 도와주었던 게 너무 고마워서 그랬는지,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꽤나 진지하게 해서 그랬다. 그래도 가끔씩 시간이 맞으면 아버지랑 같이 퇴근하고 출근도 했던 기억이 난다.

전공의인 지금은 오히려 사람도 적은데 의국은 북적북적할 때가 더 많다. 병원에 전공의라곤 가정의학과 전공의들 밖에 없으나, 오히려 그래서 각 과로 파견된 전공의들끼리 당직이 겹칠 때가 많은 것이었다. 특히 과 내에 남자 성비가 더 낮은 과라서 그런지 선배 전공의들이 남자가 많은 우리 1년 차들을 좋아라 해주었다. 덕분에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고 도움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당직이 수월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새벽 2-3시 즈음되면 너무 힘들어지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에 버텨가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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