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파견
동기들이 파견 중인 과에 비해 월등히 일이 적었음에도 괜히 바쁜 마음으로 병원 내에서 여유를 즐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점심 이후 병원 옥상에 올라가 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날씨는 점차 따뜻해지고 있는 게 느껴졌고, 나무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푸른빛으로 우리의 소소한 일탈에 동참하여 주었다.
크게 두 병원으로 나뉘어서 파견이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동기들이 같은 병원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함께하고 있다는 게 든든한 위로가 되어주는 것 같다. 나이도 제각각이고,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되려 한 이유도 다르고, 이 병원을 선택한 사유도, 의사가 되기까지의 달음질 모두 다르지만, 결국은 모두 의사라는 직책을 넘어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동기들의 파견 시간표 상, 또 내 성격상 이렇게 모두 모여서 여유를 부릴 기회가 많지 않겠지만, 짐시나마 마음의 평안이 되었고, 여유를 조금씩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평안도 잠시, 동기의 콜폰이 울리면서 결국 모두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금 바쁜 병원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