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9.12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새벽녘에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난데없이 프메논이 뭐냐며, 인프메와 같은 것인지. 수술방이 어디인지, 동의서는 언제까지 다 받아야 하는 건지.


연초에 수련의 지원을 했지만 안타깝게 떨어진 친구였다. 올해 지원했던 해당 병원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경쟁이 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고는 가을 추가 모집 지원을 내가 인턴 수련을 받았던 병원으로 지원을 했던 것이었다. 제발 다른 병원으로 지원하라고 뜯어말릴 정도로 이야기를 했지만, 말 안 듣고 지원해서 고통받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병원이 워낙 커서, 병동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조차 몰랐으며, 의학 용어도 아닌 그런 약자 용어들이 무슨 의미인지 검색해도 당연히 나오지 않으니 그 늦은 시간에 나한테 연락을 했던 것이다.


조금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함께 일하는 다른 인턴들은 이미 몇 개월 간의 경험이 있으니, 간단한 것들은 쉽게 도와줄 수 있었겠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지라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특히나 더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넉살이 좋은 친구이긴 하나, 친구 사귈 정신까지는 당연히 없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간 수련을 받으면서 잡지식만 늘어간다고 생각했지만, 그 가운데서 의사로서 꼭 알아야 하는 지식들 역시 나도 모르게 쌓여온 것 같다. 전공의 2-3년 차 정도는 되어야 의사라고 부를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경지에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어간다.


또 한편으로는 병원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것이 의사로서 꼭 배워야 하는 것인지, 인턴선생님들의 처우 개선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지. 잠도 못 자면서 병원을 뛰어다니던 생각을 하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이긴 하다.


사회가 갈수록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가끔은 정말 그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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