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9.19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은 파견과 업무에 또다시 익숙해졌다는 것. 머릿속에 쌓여가는 조각들을 이렇게 적어나가면 답답함이 해소된다.


연애를 고민하던 때를 돌아보면, 그때마다 고민과 불만들, 괜한 상황적인 것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시작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그 사람의 어떠함을 논한다는 것부터 일단 너무 교만한 것 같은데, 그때에는 그런 마음이 너무 강하게 자리 잡아 쉽게 관계를 시작하지 못했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내면을 깊이 파보면, 나부터 너무나도 진실되지 못한 사람이고, 성숙함의 정도도 나이에 맞지 않은 것 같다. 상대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라면서 나의 것은 조금도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


비단 연애에서 뿐만 아니라,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냉큼 달려들어 잔소리를 한다거나, 마음속으로 멸시하는 나의 오만함이 거울처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다. 말이 어눌하거나, 욕을 자주 한다거나, 불 같이 화를 내건, 사사로운 것에 욕심을 부리거나, 사치, 허영, 거짓, 무능. 그런 모습들이 보이면 마치 내가 훨씬 우월한 사람인양 혀를 차면서 내려다보는 모습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애써 노력해야 하는 것이었다는 걸 많이 느낀다. 조금 뒤처져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괜히 드라마에서 나왔던 말이 생각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어리석음으로 보기보다, 이제라도 고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일단은 좋은 윗년차 전공의가 되기 위해서라도 겸손함을 하루빨리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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