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10.03

신장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새로운 파견은 늘 스트레스다. 게다가 내과계 파견인만큼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 내과 질환 환자들은 정말 순식간에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장내과는 특히나 중환이 많은 곳이며, 2년 차 파견과들 중에 가장 난이도와 업무량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내과 당직은 항상 달콤한 잠을 앗아가기에 2년 차를 넘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인계를 해주는 동기를 워낙 귀찮게 해서인지 이제는 생각보다 준비가 잘 되어 파견을 시작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첫날에 어려운 일들이 밀려오는 불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처음부터 응급투석이 필요한 중환이 둘이나 응급실로 내원한 것이었다.


이제 막 중심정맥관 삽입에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투석도관삽입까지 따로 배워야 했다. 사실 일반 중심정맥도관 삽입과 큰 차이는 없긴 하다. 조금 더 굵은 관을 삽입해야 했고, 헤파린 전처치를 해야 하는 차이정도. 하지만 관이 확실히 더 두껍기 때문에, 제대로 삽입이 되지 않는다면 투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정확한 삽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아무리 잘 넣어도 기계 오작동은 언제든 생길 수 있으니, 조절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확실하게 하라고 조언을 많이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혼자 멸균가운을 입어가면서 시술을 진행하는 게 긴장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멸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계속해서 울리는 알림 소리들. 게다가 신장내과 교수님 회의 시간도 임박해 오는데, 관이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의 도전을 하던 중에, 펠로우 선생님이 회의에 한참 늦어가는 나를 찾으러 오셨다. 빨리 회의에나 가라고, 본인이 삽관하겠다고.


그렇게 회의에 참여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펠로우 선생님은 두 번째 환자 역시 말끔하게 정리하시고 투석까지 시작하여 경과를 보고 있었다. 애초에 삽관을 지시받았을 때, 내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랬는지, 앞으로도 많이 시킬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괜히 받았다.


몇 달 전만 해도 무엇이든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많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열정이 줄어든 것을 느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투석을 위한 삽관을 인생에서 할 일이 얼마나 되랴. 그래도 모르는 것이니 다들 미리 배워두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잦은 파견이 나를 지치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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