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내과 파견
30대 남환. 입원 권장 시간은 오후 2시에서 3시 즈음인데, 늦게 입원한다 하여 소화기내과 교수님이 당직인 나에게 입원처방을 부탁한다고 연락을 해주셨다. 간경병증의 합병증 중 하나인 복수가 심할 수도 있으니, 숨 찬 증상이 동반되어 있으면 복수 천자까지 부탁한다고.
병동에서 입원환자 입실 연락을 주어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병동에서부터 괴성이 난무하는 것이 들려왔다. 온갖 짜증과 분노를 토해내는 목소리. 병실로 들어서니 환자는 몸에 문신이 가득했고, 육중한 몸무게에 배는 출렁거리기를 멈출 줄 몰랐다. 흔히 인터넷에서 말하는 특징적인 그런 사람. 온갖 욕과 허세를 부리며,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죽여버리겠다는 으름장을 여러 차례 놓는 것을 들었다.
온몸은 부어있고, 배는 복수가 가득한 게 눈으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소리를 그렇게 치면서 협박했지만 사실상 침대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옆에 계신 어머니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예의 없는 것을 넘어 무례함이 가득했다. 먼발치에서 머리 한대 콱 쥐어박고 싶을 정도.
해당 환자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복수천자만 빠르게 시행하고 처방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초음파 없이 바로 시술을 진행했지만, 복수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성질내고 있는 환자를 잘 설득해서 다른 곳에도 진행해 봤지만 그마저도 콸콸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다행히 숨 찬 증상이 호전될 정도로 복수를 빼긴 해서 나머지는 다음날 영상의학과 협진을 통해 복수관을 삽입할 예정으로 협진을 진행하고 시술을 마무리 지었다.
가정의학과 수련을 받으면서 환자를 조금은 더 전인격적으로 보는 경향이 생겼는데, 잦은 음주로 생긴 간경병증의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그렇게까지 술을 마시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실 조금이라도 대화의 여지가 있는 환자였다면 문진 하면서 자연스레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해당 환자와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환자의 무례함 때문이라기보다, 그가 너무 밉상으로 보여 한 걸음 뒤에서 내가 되려 환자를 자극하며 괴롭히고 싶어질 것 같아서였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서, 문진 자체가 결코 온전히 진행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만큼까지만 하고 그만둔 것이기도 했다.
확실한 것 하나는 환자의 경과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퇴원을 해도 대부분 몇 주 지나 다시 입원하게 되고, 그렇게 반복되는 입퇴원 과정 끝에 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봤다고 생각하지만, 내과 당직은 여전히 익숙해질 것만 같으면서도 참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그런 지독한 낭만의 밤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