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10.12

신장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당직시간에 변비가 너무 심하다고 한 환자가 병동에서 난리를 쳤다고 한다. 처음부터 강한 완하제를 주는 게 원칙은 아니라 소화에 도움이 되는 위장약을 먼저 처방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속이 쓰리다고 불평을 토했다고. 도움이 될 위산분비억제제를 처방하고 나니, 이번에는 메스껍고 울렁거린다고 연락이 왔다. 잠시 고민하다가 메토클로프라미드를 절반 용량으로 처방했다. 좀 나아지는 것 같으나 변비 증상은 여전하다고 해서 이번에는 완하제 처방을 진행하였다. 그러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나니 설사가 너무 심하다고 간호선생님한테 항의를 했다고 전달받았다.


정규 근무 시간에는 병원이 가장 활발하게 일을 한다. 각종 검사와 수술, 진료와 치료들이 이루어지는 시간. 반면에 당직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응급 진료가 필요한 환자나, 입원 중인 환자들의 대처를 시행하는 시간이다. 특히 활력징후가 흔들리는 환자가 있다면 당연 적절할 치료를 진행해야겠지만, 웬만하면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일단 당직 때 보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내가 직접 보고 있는 환자들이 아닌, 다른 과 교수님들의 환자들이다. 각자의 치료 계획이 다를 것이며, 해당 환자에 대한 과거력을 아무리 열심히 파악한다 해도 직접 보고 있는 담당의만큼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위험 부담이 있는 치료를 진행해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면 그만큼 일이 더 생기는 것이고, 전문 분과의랑 소통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무엇이든 가능하다면 다음날까지 미루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가끔은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를 더하기보다는 그저 지켜보는 것도 치료가 될 수 있다. 자연스레 나아질 일인데, 괜히 약을 더 주어서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오늘은 그나마 조금의 번거로움 정도로 끝났지만, 실제로 위장에 질환이 있는 사람이었거나, 해당 약제들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무언가 더 큰일로 번졌다면 한숨도 못 자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이제는 정말 급한 게 아니라면 좀 내버려 두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 너무 열심히 하는 것도 병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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