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10.13

신장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동원훈련 II형으로 인생 처음 예비군 훈련을 참가하게 되었다. 공중보건의사 복무 기간이 아직 오래 지나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로 이제야 예비군 훈련을 가게 된 것이다. 조금 쌀쌀한 날이었어도 병원을 떠나 머리를 식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꽤나 달콤했다. 게다가 아는 지인 두 명이나 같은 날짜, 같은 지역에서 훈련을 받게 되어 어딘가 든든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


솔직히 군대에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꽤나 큰 스트레스였다. 오죽했으면 의대를 가려한 것과 무사히 졸업을 하려 한 원동력의 큰 부분이 바로 일반 병사가 아닌 다른 계급으로 군복무 의무를 마치기 위함이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 " "D.P., " 등과 같이 군대 관련 매체에서 나타내는 안타까움들이 수많은 군부대사건사고 뉴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군대는 내게 늘 공포의 대상이었다.


다행히 공중보건의사로서 훈련소 기간 4주 과정만 거치고 다시는 부대에 엮일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공포스럽고 무자비한 곳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예비군 훈련은 결코 힘들지 않다는 것 역시도 들어와서 나름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내게 예비군 훈련은 "라이터를 켜라" 초반부에서 볼 수 있는 느슨함 정도였다.


훈련이 시작되고 오랜만에 다시 배우는 군지식 들이라 처음에는 흥미롭게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복적인 말들과 다수가 함께 움직여서 길어지는 대기 시간들이 더해져 추위와 졸음과의 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따금씩 총기훈련과 수류탄 투척, 그리고 과학화 훈련의 일종으로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펼치는 시가지 전투 훈련 역시도 잠을 쫓아주는 그런 신선한 요소들이 되어주었다. 한편으로는 의료인으로서 전쟁 시 발생할 수 있는 환자들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교육시켜 줄 수는 없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의료인들은 결국 후방에서 부상자 치료에 투입될 거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더 배워야 할 것 같은데.


특별히 한 것은 없지만, 막상 하루가 다 지나고 나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렇게까지 며칠을 꼭 해야 하는 건지.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분단국가요, 항시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통일이 된다 해도 군사 훈련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것까지도. 인류 역사상 다시는 전쟁이 없을 거라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생각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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