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10.31

정형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무사히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사촌형이 근처에 살고 있어 하루 신세를 지러 갔다. 공항에서부터 피곤해 잠들 때까지 형이랑 그동안 있었던 수년간의 일들을 나누던 중, 이전부터 내가 근심과 걱정이 많아 보였다는 말을 해주었다.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직후였던 것도 있었겠고, 너무 오랜만에 방문한 미국이라 괜히 긴장한 탓에 그리 보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었다. 특히 그간 미국에서 동양인들을 향한 폭력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본 것도,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총소리 때문일 수도.


하지만 정신과의사인 사촌형의 말이었기에, 내가 정말 어딘가 뿌리 깊은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무엇이 그렇게 나를 불안하게 한 것이었을까.


걱정을 일으킬 수 있는 일들은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불안감은 결국 안에서 올라오는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모르는 것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무언가를 잘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잘해야만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일이 발생해도,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본다 해도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뿐인데.


그래서 오늘부터라도, 특히 이 학회 기간 동안 마음 편히 쉬고 누리려고 한다. 학회에서 비만 질환과 진료에 대해 배우려 노력하겠지만, 10여 년 전 이 땅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살았던 내 모습을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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