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11.01

정형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로스앤젤레스를 지나 샌디에이고에 무사히 도착했다. 차를 빌려 해 질 녘 해변가를 따라 운전해 가는 그 기분을 머금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 시차 때문에 피곤한 몸을 달래주기 위해 깜빡 눈을 감았는데 시간이 훌쩍 가있었다.


이른 새벽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에, 그나마 찾아본 것이 가벼운 등산을 할 수 있는 어느 공원이었다. 미국의 날씨는 언제나 쌀쌀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옷을 더 챙겨 입긴 했지만, 그럼에도 해가 뜨기 전이라 캘리포니아였음에도 많이 추웠다. 몸을 녹이기 위해 뛰기 시작했고, 지칠 때쯤 걷기 시작하면 금방 또 추워져서 한참을 뛰고 걷고, 끝없이 이어지는 광야와도 같은 길을 한없이 따라갔다.


시간과 공간을 뚫고 어느 웨스턴 영화 속 장면으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사막 지역의 황토색 절벽들만 가득한데, 그 사이로 작은 가지들은 듬성듬성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고 외치듯. 하지만 해가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하여 전관경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주변으로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낄 만큼 공허한 장소 가운데 들어와 있었다.


어릴 때부터 홀로 있는 상황에 대한 괜한 동경심이 있었다. 혼자 있을 때만 누릴 수 있는 고요함. 씩씩하게 무엇이든 헤쳐나가는 기분이 드는 그런 담대함도. 하지만 금방 외로움이 느껴짐에 결국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어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받았다. 잠시만의 평안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결국 그 무리 가운데 다시 들어가 지내야 한다는 것을.


해가 밝게 비추이니 추위는 금방 물러갔고, 왔던 길을 천천히 걸어갈 수 있었다. 혹시나 뱀에게 물리거나 전갈에 쏘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옷으로 묶고, 병원에 연락해서 면역글로불린을 빠르게 맞을 수 있으려나. 발생하지도 않을 일들을 상상하면서 걷다 보니 공원의 초입에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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