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12.07

호흡기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어마어마한 부담감과 함께 호흡기내과 파견을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이틀이었지만, 그저 무식한 내가 파견온 이 시기에 담당 교수님께 입원하거나 협진을 진행받은 환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게다가 털털한 교수님은 나를 온전히 믿으셔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환자를 같이 봐주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질문을 하면 너무나도 꼼꼼하게 답을 해주시지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환자에 맞춰 질문을 하지 못한다면 특별히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인계를 받을 때 담당 교수님은 알레르기 질환 분과 교수님이라고 전달받았다. 외래 업무가 주된 분과이기 때문에, 입원 환자를 보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시진 않을 거라는 인계 사항이 있었다. 애초에 가정의학과 의사가 폐암이나 중환자의학, 혹은 만성 폐질환과 같은 호흡기내과 전문적인 분과 질환을 보게 될 일이 결코 많지 않기에 적합한 교수님께 파견 근무를 나온 것이긴 하다.


하지만 폐렴이나 만성 폐질환의 급성 악화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도 봐야 하기에, 해당 질환에 대한 지식 역시도 필요한데, 내가 아직 그만큼의 실력이 되는 것 같지 않아 긴장을 했던 것이다. 호흡기내과 환자는 정말 순식간에 중환자가 되거나 사망하기에 더 예민했었다. 솔직히 내가 알아서 공부하고 환자들을 챙겨야 하는데, 그런 예민함 때문에 괜히 교수님이 안 도와준다며 탓하고 있는 게 영 좋지 않은 미성숙함이기도 하다.


겨울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늘어나는 폐렴환자들을 과연 다 잘 볼 수 있을지. 올해는 이전보다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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