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내과 파견
급성 호흡 곤란 증후군. 학생 때 반드시 국가고시 문제로 나올 것이니 해당 질환의 특징적인 소견들을 익혀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박쥐 날개와도 같은 모양의 흉부 엑스선 소견. 하지만 환자의 흉부엑스선을 보고 있는데도 박쥐 날개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하루 사이에 새하얗게 변해버려, 모양이고 나발이고 이런 상태로 환자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뿐이었다.
폐렴과 폐부종으로 열심히 치료받던 74세 남환. 며칠 뒤면 퇴원할 정도로 좋아지고 있는 추세였는데, 다음날 아침에 출근해서 환자 기록을 보니 고유량 산소 치료를 시작했고, 연명치료 계획서까지 작성이 완료된 상태였다. 당직 시간 동안 숨을 쉬는 게 힘들어졌다 하여 시행한 검사상 폐가 새하얗게 변한 것이 확인되고, 빠른 시일 내로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내과 당직 선생님께서 진행한 일들이었다.
왜 갑자기 안 좋아졌는지 의아했는데, 시행한 검사 결과상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인되었다. 보호자가 걸렸던 것이 환자에게 옮겨졌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지만, 탓을 하기엔 정확하게 알 방법도 없었고, 의심된다는 말을 해도 결코 환자나 보호자에게 득이 될 것이 아니었기에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입원 당시부터 언제든 악화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계시라는 말씀을 거듭 드렸기에 그냥 그때가 온 것 같다고만 말씀드렸다.
차라리 기관 삽관을 하면 호흡곤란 증상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않고 수면 상태에서 기계 호흡을 진행할 수 있어 괴로움을 느끼지 않겠지만, 중환자실로 입실해야 돼서 보호자들을 위해 고압 산소 치료로 대체하고 있었다. 예후가 결코 좋지 않은 진단이기 때문에. 하지만 환자의 의식은 너무나도 잘 유지되고 있어서 차라리 중환자실에서 며칠간 짧게 치료를 진행했다면 호전을 보여 퇴실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생기기도 했다.
호흡은 의식적으로 잠시나마 멈출 수 있다고 하나, 이는 호흡하는 행위를 멈추는 일일 뿐이다. 심장에 있는 동방결절에서부터 나오는 전기 신호에 따라 자동으로 박동하는 심장처럼, 호흡 역시도 계속해서 신호가 전달된다고 한다. 신호마저 멈추게 될 때에 비로소 마지막 숨이 쉬어지고 생명이 떠나게 되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무언가 계속해볼 수 있지만, 결국 흘러가는 데로 갈 수밖에 없을 때가 오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여 치료를 하되, 보내 드려야 할 때를 잘 구분할 줄 알게 된다면, 실력 있는 의사가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