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내과 파견
한밤중에 친구들과 한강길을 따라 한참을 뛰었다. 가로등 몇 개만 길을 비추고 있었기에 뒤쳐지는 친구에게 빨리 오라고 한껏 소리 질렀다. 그런데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딘가 턱 하니 막혀있는 기분이 들어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니, 어머니가 와서 나를 깨우며 무슨 일이냐고 하셨다.
스트레스를 꽤나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격렬한 꿈을 꾼 게 정말 몇 년 만이었다. 사실 어제 거의 자정이 되어 퇴근했고, 집에 도착해서도 놓친 건 없을지 온라인으로 환자 기록을 계속해서 살펴보다 잠이 들었었다. 어차피 새벽같이 출근을 할 거였음에도 괜한 불안함이 나를 괴롭혔었다.
다행인 것은 오전에 출근하여 환자 기록과 상태를 보니 짧은 시간에도 호전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항생제가 꽤나 좋은 효과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달 내내 이런 환자들을 계속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 나의 숨을 조여 오는 기분이 들게 했다.
게다가 어제 내과 1년 차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는데, 본인이 병가로 며칠을 쉬게 되었으니 본인이 책임지고 있는 교수님의 환자들을 같이 봐야 한다는 통보를 한 것이었다. 안 그래도 과 사이에 상의 없이 통보하는 것을 하지 않기로 거듭 이야기 나눴는데, 며칠 사이에 바로 이런 일이 생기니 기분이 결코 좋을 수가 없었다. 교수님 한 분의 회진 도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이 시점에, 각기 다른 두 명의 교수님의 회진을 강요당한 기분이 들었다.
꾀병도 아니고, 정말 열감이 있어서 재시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결코 1년 차 선생님이 잘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의국장들끼리 연락해서 전달해야 하는 일이었음에도 존중이라곤 전혀 없이 전달받은 사항이라 짜증이 났었던 것 같다. 이 짜증이 1년 차 선생님께 조금 흘러간 것 같아서 이후에 거듭 사과를 했지만, 내과 측에서도 바로 이해하고 사과의 뜻을 전해주긴 했다.
그냥 버거운 일들이 몰려오는 기분이 들어서 속상한 것뿐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그저 적응의 시간을 조금 보내고 나면 나아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