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12.11

호흡기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태연한 척 구석에 앉아 펑펑 울었다. 요 며칠 사이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던 건지. 뭐가 그렇게나 신경이 쓰였던 건지.


표면적으로는 한 주간 일하면서 고생을 해 쌓였던 감정이 터진 것 같았다. 내과 1년 차 선생님이 병가를 내어, 그분이 담당하고 있던 폐암 파트 교수님의 환자들을 다 내가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챙겨야 하는 입원환자가 거진 두 배가 되었는데, 그 어느 환자도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원래 그런 것이 과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내게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과연 내가 제대로 된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지, 적합한 치료를 제공해 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라도 무언가를 놓친 건 아닐지, 어딘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나의 부족함으로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층 더 깊이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환자들의 안위를 걱정한 것보다 내가 멍청한 의사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 치던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생명의 시간을 유지시켜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 다른 이들에게서 올 수 있는 멸시가 더 걱정되는 이기심.


환자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일했다면 조금 덜 미안했을지, 조금 덜 힘들었을지. 하지만 의료계에서 열심은 그렇게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적합한 치료를 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 뿐.


냉철한 것 같으면서도 결국 생명은 이어지거나 끊어지거나, 그렇게 둘밖에 없어서 더욱 명확하게 나뉜다. 호흡이 끊어지면 결국은 사람의 육신만 남아 자연의 길로 스러져 가는데, 모두가 똑같이 걸어가는 그 죽음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긴 하다.


죽음의 문턱 가까이 서있는 환자들에게 더욱 친절하게, 더욱 온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여유가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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