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12.20

호흡기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나고, 왜인지 목이 자꾸만 조여왔다. 목을 살짝만 건드려도 당장 구토를 할 것만 같은 것이 혹시 공황발작이 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상태였다.


벌써 3년 차 선생님들이 시험공부를 하러 병원을 떠난 보릿고개 기간이라, 호흡기내과 파견이 갑자기 소화기내과 파견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당직도 응급실 내과 협진 보조 역할만 하던 것이 병동 환자를 보는 것으로 조정되기도.


갑자기 새로운 과의 새로운 환자들을 봐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던 것인지, 어려운 환자들을 계속해서 보게 되는 것이 스트레스였는지, 왜 이런 증상들이 갑자기 올라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마음을 안정시키려 부단히 노력했는데, 썩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나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는지, 혹은 마음이 이제 망가져버린 것인지.


안정제를 처방해서 복용할지 베타 블로커를 먹어볼지 고민을 하다 보니, 그나마 증상이 좀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이게 코로나 후유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이후 심장이 너무 뛰거나 갑자기 불안해서 숨을 못 쉬겠다며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증가했는데,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급증했기에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해당 증상들에 대한 논문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롱코비드라는 이름하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이후 발생하는 기침, 가래, 흉통, 피곤함, 어지럼증, 불안감, 불면증, 후각과 미각 소실 등 여러 가지 증상들을 뜻한다. 이미 응급실에서는 약속 처방을 만들어 둔 정도였으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생각했는데, 막생 내가 겪고 나니 조금 더 진중하게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려듣는 거 없이, 꼼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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