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내과 파견
내과를 연속해서 돌다 보니, 특히 중환이 각별히 많은 겨울이라 그런지 스트레스가 쌓이는 걸 느낀다. 병동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실수에도 짜증이 훌쩍 올라오고, 내가 저지르는 실수에도 크게 자책하곤 한다. 특히나 더 답답한 것은 아무리 내가 배우고 있다 해도, 도무지 의학적인 지식이 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저 일더미 굴레에 갇힌 것만 같은 기분. 의사로서 의학을 배워 나가고 있는 것인지, 그냥 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담당 교수님께서 내게 무얼 원하시는 것인지도 알아듣지 못하여 몇 번이고 교수님을 귀찮게 하기도 했다.
가정의학과인데 왜 이런 중환들을 보고 있는 건지 문득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수련을 끝내면 과연 이런 환자들을 얼마나 보게 될지. 또 그렇다고 일은 대충 하고 싶지는 않다. 가정의학과여도 환자를 능숙하게 잘 볼 수 있다는 그 이름을 지키고 싶다. 무능한 의사는 정말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모른 채 할 수 없는 마음이 크다. 무지함이 축복이라는 말이 참 공감 가는 것이, 결국 누군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 일을 해야 될 것만 같은 부담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