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1.29

신장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근 두 달 정도 연애를 하다 최근에 헤어졌다. 남은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선포했지만, 너무 자연스레 친해지면서 사귀기 시작했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연애가 너무 편안해서 결혼까지도 생각해 봤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근처에 살았고, 서로 너무 바빴기에, 되는 시간에만 만났음에도 부담 하나 없이 자연스러웠다. 대화도 흥미로웠고, 워낙 밝고 긍정적인 친구라서 내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다. 당연히 이쁘기도 했지만, 어디서 무얼 같이하든 마냥 재밌었다.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그녀가 술을 너무 좋아했다. 워낙 술을 잘 마시고 재밌는 친구여서 주변에서 항상 술자리에 불렀고, 그런 흥겨운 자리를 좋아해서 꽤나 꼬박꼬박 나가곤 했다. 그래도 집에 들어가서는 연락을 곧 잘해주었고, 내가 애초에 그렇게 구속하는 성격이 아니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두 번 정도 연락이 되지 않은 날이 있었다.


그때도 당연히 술을 먹고 연락하기 전에 잠들었겠거니 해서, 크게 염려하거나 싸우지는 않았지만 막상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딘가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던 것 같다.


너무 먼 얘기였겠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가진다면 온전히 그녀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까지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자연스레 술이 인생에서 멀어졌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내가 술을 끊어달라고 하면 바로 그만 마실 친구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나 때문에 바꾸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결국 그만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그저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모든 것을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이었을지도. 나 혼자만의 생각 가운데 결론을 내리고 통보하는 것만 같아 미안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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