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2.08

내분비내과/류마티스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앞선 차량이 급정거를 하게 되어 사고가 났는데, 차간 거리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내 잘못인지라 특별히 할 말은 없었다. 3중 추돌 사고였지만, 다행히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다른 차들은 크게 손상되지 않았지만, 내 차는 앞이 심히 구겨져서 약 2주간 수리를 맡기게 되었다.


파견 병원이 본가에서 많이 멀어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에 막막했지만, 다행히 친구의 우연한 연락으로 병원까지 편하게 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병원까지는 편하게 도착했지만, 이제는 병원 근처 어디든 다 걸어 다녔어야 했다. 기숙사와 병원, 편의시설들이 크게 멀지는 않았지만 며칠을 그렇게 걸어 다니다 보니 여전히 크나큰 세상에 나는 작디작은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미국에서 차 없이 지내던 몇 개월 느꼈던 그런 겸손함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발전했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그 연약한 몸뚱이는 그대로인 것. 세상 가운데에서 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나아가는 방향이 온전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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