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내과/류마티스내과 파견
오랜 기간 동안 전신적으로 아파왔는데, 자가면역 질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몇 년 만에 듣게 되어 외래로 내원한 환자였다. 일주일 전에 내원했을 때 시행한 피검사에 대한 결과를 들으러 오는 날이었고, 확진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자가면역질환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결과들을 보였다.
수치들에 대한 설명, 향후 치료 계획, 그리고 급성 악화 발생 시 바로 내원할 것까지 교육하고 귀가할 것을 말씀드려 방을 나섰고, 다음 환자를 보기 시작했는데 환자의 보호자가 갑자기 진료실로 난입을 했다. 환자도 아닌 보호자가. 한창 다른 환자를 진료 중이었는데, 큰 소리로 본인 할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해서 방 밖으로 이끌어 내는데도 한참 걸렸다.
근데 그 짓을 세 번이나 했다. 환자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자꾸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보호자를 보다가 울기 시작했고, 이게 정말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외래가 난장판이 되었다.
대부분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보호자들은 평소에 왕래가 없었거나, 소원했던 분들이 대부분인데, 자녀분들에게도 결과 설명을 할 때 들어보니 특별히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그렇게 오랜 시간 고통받았던 것이 억울했을지, 이제야 알게 된 것에 궁금한 게 많았던 건지.
해당 부부는 외래가 끝날 때까지도 진료실 밖에 앉아서 서로를 나무라며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결국 자기주장이 옳다는 것을 서로 입증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교수님한테 들이닥치면서까지 확인을 받으려고 한 것이었다.
질병의 원인을 말하는 것이 내가 수련을 받으면서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기 시작한 부분이다. 자칫 잘못하면 환자의 어떤 생활 습관이나 행동 때문에 병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병을 유발하는 인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힘든 사람은 환자 본인일터인데, 본인 잘못이라는 것을 그렇게 확인시킬 필요가 있을까.
잘못한 행동은 물론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저 따뜻하게 안아주며 괜찮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것이 먼저 돼야 하지 않을지. 나 역시 환자들한테 그렇게 나무라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같이 잘 치료해 보자는 격려의 말만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