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2.15

내분비내과/류마티스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형제라서 그런지 진중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할 일이 거의 없다. 연애 소식이나 가끔 하는 정도. 하지만 한 주간 같이 지내면서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꽤나 오래 나누게 되었다.


형도 수련이 곧 끝나가는데, 현재 살고 있는 곳에 남을지, 다른 도시로 넘어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 사람이 적은 지역으로 가면 당연 돈을 더 벌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 그런 시골 지역에서 일했을 때, 그 넓은 땅 가운데 어딘가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것만 같아 외로웠고, 돈을 잘 벌어 빚도 전부 갚을 수 있었지만, 다시는 그렇게 일하고 싶지는 않다고 얘기해 주었다. 특히 연애나 결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큰 도시로 가는 방향으로 고려 중이라고.


어쨌거나 곧 전문의가 되면 어딜 가나 꽤나 안정적으로 돈을 벌며 지낼 수 있을 것이고, 형은 하고 있는 진료를 꽤나 재밌어해서 어디서 무얼 하든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더 늙기 전에 결혼을 빨리 했으면 하는 마음 정도.


반면에 나는 앞으로 어디서 무얼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나 역시도 수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학 병원에 남을지, 동네 의원에 나가서 돈을 벌어볼지. 혹 이어서 개인 의원을 차려볼지. 아니면 아예 제약회사 같은 곳으로 나아가 다른 방향으로 틀어볼지. 혹 이전에 봉사로 다니던 고창에 가서 일하며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지내보면 어떨지. 국경 없는 의사회는 어떨지. 언젠간 세계보건기구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형과는 다르게 나 스스로는 걱정이 되었던 것이, 의사로서 일을 하는 것이 크게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흥미를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


돌아보면 의대를 가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사실 의료 사회가 어떤 곳인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맹목적으로 의사가 되려고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더 확실해진다. 그리고 어딘가 늘 빚진 자의 마음이 있어서 사회에 더 공헌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부담도 괜히 느낀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첫 대사가 종종 생각난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얼 고를지 절대 알 수 없다고. 그 어떤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많은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결국은 전부 다 달콤한 초콜릿일 뿐. 그 아름다움을 아직은 온전히 깨우쳐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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