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내과/류마티스내과 파견
53세 남환, 좌측 족부 통증으로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가 갑자기 내분비내과로 입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응급실로 빠르게 내려갔다. 당직 시간도 아니었는데, 무작정 입원을 시킨다 하니 어이가 없었지만, 솔직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지라 이제는 화조차 나지 않았다.
환자 문진을 하러 해당 침대의 커튼을 여는 순간 악취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좌측 넷째와 다섯째 발가락의 괴사가 진행되어가고 있었고, 감염이 동반되기 시작하여 열까지 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오랜 기간 동안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였고, 조절이 잘 되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뇨병성 족부질환에 따른 괴사가 발생한 것으로 사료되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정형외과로 입원하여 절단술을 진행하고, 영 당이 조절이 되지 않을 때 내분비내과로 협진을 진행하여 당 조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형외고 족부 담당 교수님께서 3월 자부터 본원을 떠나기로 하여 조금이라도 장기적인 입원치료나 외래 진료가 오래 이어질 것 같은 환자들은 추후 관리가 어려워 적극적으로 보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중환이 될 수 있는 상태로 정형외과 전문 병원들도 조심스러워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 와중에 환자는 계속해서 집으로 가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보호자들은 없는지 담당 간호선생님께 여쭤보니 아내와 사별하여 혼자라고, 그래서 관리를 못한 것 같다고.
당뇨는 정말 평소 관리만 잘하면 오랫동안 아무 문제 없이 달고만 사는 병일뿐인데, 그 관리라는 것이 때론 너무나도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대에 와서 항상성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생명체가 외부 환경이 변해도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뜻한다고. 몸이 자체적으로 그런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여 외부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것이고, 그런 일을 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 일뿐이다. 결코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없다. 몸도 마음도.
환자는 결국 다른 병원을 가겠다고 하여 구급차를 타고 본원을 떠나갔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 비닐봉지로 본인 발을 싸매놓은 채. 솔직히 다른 병원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