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 02.27

내분비내과/류마티스내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73세 여환. 속이 불편하다는 증상으로 소화기내과 외래를 방문하여 입원장을 받아 주말에 입원하게 된 한 할머니였다. 자주 매스껍고, 밥도 잘 안 넘어갈 정도라고 해서 전반적인 검사를 하기 위해 입원을 한 것이었다. 늦은 시간에 입원을 하신 만큼, 전반적인 검사와 진단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호리호리한 할머니였지만, 크게 아파 보인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진찰은 교수님께서 이미 외래에서 진행한 상태여서, 나는 간단하게만 훑어봤고, 필요한 검사들을 오히려 더 차근차근 정리해 봤다. 교수님께서는 환자가 내원하면 일단 복부 컴퓨터 단층 촬영정도만 진행해 달라고 하여 피검사 결과만 확인하고 바로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피검사 수치들은 한두 시간 내로 확인되기 때문에, 금방 환자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할 때에는 조영제를 종종 사용하기 때문에, 몸이 이를 걸러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 요소 질소와 혈액 크레아티닌 수치 정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검사 결과상 신장 기능 수치들은 정상이었지만, 헤모글로빈이 꽤 많이 떨어져 있었다. 노년의 경우 해당 수치가 큰 이유 없이 낮을 수는 있지만, 확인된 바로는 그 이상으로 낮아진 상태라 혈액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거나, 어딘가 출혈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게 바로 복부 컴퓨터 단층 촬영을 진행하였고, 결과상 복강 내에 피로 추정되는 액체가 가득한 것이 확인되었다. 당직 영상의학과 교수님께 판독을 의뢰하여, 실시간으로 출혈이 심하게 나고 있는 것인지, 출혈 부위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 문의를 드려놓고 해당 사항을 교수님께 메시지로 남겨두었다.


꽤나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교수님은 알겠다는 답변을 주셨고, 결국 당직인 소화기내과 선생님께서 해당 환자를 보겠다고 하여 간단한 환자 인계를 마치고 못다 한 처방들을 마무리 지었다.


꽤 심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어딘가 마음은 차분했다. 바로 전문의 선생님께 인계를 해드릴 수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이제 정말 환자를 파악하고 인계하고, 그 어떤 상황이어도 언젠간 한 번쯤 경험해 봤던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는 게 아닐지.


이런 마음이 사실 3년 차로 넘어가는 데 있어서 너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일이면 3년 차 전공의 생활이 시작된다. 기숙사에 있는 짐을 모두 싣고 떠나는데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 인턴 때부터 지금까지 월별로 나그네처럼 짐을 싸고 풀고를 반복했던지라. 시원 찝찝한 기분은 있지만, 그런 감정까지도 짐으로 달고 갈 생각은 이제 없다. 이제 정말 끝이 다가오는 것을 느껴서 더욱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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