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파견
가정의학과는 1차 진료를 담당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대학병원에서의 가정의학과는 그 성격이 조금은 다르다. 애초에 대학병원은 3차 의료 기관이기 때문에 이미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의뢰서를 들고 특정 질환에 대한 진료와 치료를 위해 내원한지라, 가정의학과로 의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도 몇 가지 담당 범위가 있다면 비만 치료나 호스피스와도 같은 진료를 이어가기도 하는데, 본원 교수님 중 한 분은 특이하게도 만성 통증 환자들을 자주 마주하고 계신다. 본래 만성 통증은 기질적인 원인에 따라 마취통증의학과나 재활의학과에서 주로 보고, 때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담당하는데, 그 모든 과들을 거쳐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교수님께 의뢰된다.
이런 환자분들은 근막통증증후군, 섬유근육통, 건강염려증이나 신체증상장애라는 이름으로 종종 진단되어 분류되곤 하지만, 사실 그런 범주에도 잘 포함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교수님은 이를 미병이라고 하시는데, 일상에 불편함이 유발되는 증상이 있으나, 명확한 질환 상태는 아닌 것을 통칭한다고.
실제로 검사를 아무리 진행해도 기질적인 이상 소견이 전혀 보이지 않으나, 해당 환자는 계속해서 증상을 느끼기 때문에 환자도 담당의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환자들에게 당신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내가 느낀 것이 있다면, 문진을 위해 환자들과 이야기를 조금 길게 하다 보면, 환자분들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딘가 큰 슬픔이나 고난을 겪어온 것을 털어놓기도. 고생 없이 산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그런 감정의 골이 쌓이다 보면 어딘가 증상이 생기는 것만 같다.
전공의들끼리 환자에 대한 토의를 할 때 지나가는 말로 마음의 병이 있는 환자라고 표현하곤 했는데, 가끔은 정말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교제가 부족해서 마음에서부터 병이 생겨 몸으로 이어져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저 한없이 사랑을 치료로 부어준다면,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