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4.20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정말 열정적인 외과 교수님이 한 분 계신다. 이식외과를 담당하고 계시지만, 사실상 신설 병원이라 이식 케이스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에게 단순 봉합법을 알려주고는 연습할 기회도 마련해 주셨다고 하는데, 교수님께서 바빠지시면서 자연스레 누락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교수님은 최대한 많은 것을 전공의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신다. 교수님의 열정, 일에 대한 즐거움.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과의 분위기가 되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디는 버팀목이 형성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게 된다.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아무리 많이 와도 말이다.


교수님의 열심히 더 부각되는 이유는 해당 병원은 신설 병원이기 때문에 더 나아가 정교수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원내 정치와 함께 연구도, 그리고 실적도 한가득 쌓아야 하는 부담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께하는 전공의들이 웃음기 없이 힘들게 만 일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동기들만 해도 모두 성실할뿐더러 일을 잘하기까지 한다. 수련 중에 한 번쯤은 크게 싸우게 될 거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그럴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전공의들이 더 힘들어하는 이유는 업무의 결이 달라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교수님들은 외래 업무와 연구, 환자들의 총괄을 담당한다면, 전공의들은 실질적인 처방과 술기, 환자 곁에서 직접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사람들이라 쉽게 표현하자면 더 지저분한 일들을 담당하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지금 이 병원은 인턴이라곤 응급실에 상주하는 인턴선생님들 뿐이라, 병동에서 필요한 의사 전용 업무들을 전공의들이 전부 다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특히 당직 때 더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내과 당직만 해도 새벽까지 연락이 계속 오는데, 필요한 처방을 하면 그 검사를 직접 해야 해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심박수가 이상해지거나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 심전도 검사를 처방하는데, 전담간호사가 없는 시간이면 직접 가서 검사를 해야 한다. 혹시라도 산소포화도가 떨어졌거나 숨 쉬기 힘들어한다고 하면 동맥혈채혈도 처방하고 직접 가서 피를 뽑아야 하고, 연하곤란이 있는 환자가 혹시라도 비위관을 스스로 제거했다고 하면 그것조차도 직접 넣으러 가야 한다. 이런 일들이 쌓일 무렵 혹여나 심정지 방송, “코드 블루” 가 나면 적어도 두 시간은 삭제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나마 가정의학과의 장점이 있다면 파견에 따라 과가 바뀌고, 그에 따라 일하는 환경과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음 파견은 소아과인데, 지금 파견 중인 전공의는 많이 편하니 5월부터 쉬는 마음으로 일하라고 전해주었다. 인계받는 것도 일이겠지만 일단은 기대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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