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파견
가정의학과 당직은 다른 과에 비해 확실히 편한 부분들이 있다. 일단 입원 환자 자체가 많지 않고, 중환자도 거의 없기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는 일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교수님들이 공부를 시키서 밤사이 논문을 찾아 읽는 일이 흔하다. 개인적으로 새벽녘에 집중이 더 잘되는 편이라, 그 고요함을 즐기곤 하지만, 다음날 물론 피곤하여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선배들 말로는, 몇 년 전만 해도 매일 같이 논문을 읽고 발표를 해야 했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발표를 시키던 교수님이 병원을 옮기셔서, 발표의 의무가 일주일에 두 편으로 줄어든 거라고 한다. 이마저도 여러 전공의들이 나눠서 하기 때문에, 직접 발표를 해야 하는 건 한 달에 한두 번 밖에 없다. 게다가 교수님들께서 발표 논문을 지정하여 보내주시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따금씩 재밌는 논문이 있으면 직접 정리하여 발표해도 되기에, 개인적으로 요 며칠간 생각보다 많은 초록들을 읽게 되었다.
그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던 미국 노숙자들의 사망률에 대한 것이었다. 이전에 찾아보았던 논문들과는 달리, 최신 논문이었고, 노숙자가 특히나 많은 도시의 자료였다. 마찬가지로 논문에 따르면 마약 과다 복용이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마약에 중독되어 노숙자가 된 것인지, 노숙자가 되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지. 정확한 상호 관계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사망률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경고가 되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마약 사용에 대한 정부의 보고서까지 찾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마약 사업이 굉장히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 결론이었는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강력한 법을 지니고 있음에도 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법이 절대 완화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수많은 지표들이 마약의 해로움을 증명하고 있는데 다들 무지한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해당 자료를 발표에 사용하진 않을 것 같다. 의사로서 마약과 관련된 의학적이거나 임상적인 적용이 필요한데, 그런 보고서가 아니었기에 그냥 경각심만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았다.
마약의 말로가 결코 즐겁지 않다고 한다. 오죽하면 마약은 처음 사용했을 때가 최고의 순간이고, 무조건 하향곡선을 탄다고. 사회적 문제가 너무나도 드러나 있는데, 법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할 뿐이다. 오히려 강화되면 하는 법들이 사실 이외에도 너무나 많다고 느끼는데, 그 얘기는 다른 날, 다늘 곳에서 할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