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3 - 03.20

가정의학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3개월 반 만에 일요일에 쉬게 되었다. 아무래도 병원의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 전공의이기 때문에 주말 둘 중 하루는 무조건 일을 한다고 생각해야 했다. 1년 차 때에는 토요일에 근무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하루까지의 일을 소화해 내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2년 차부터는 일요일에 당직을 서는 날들이 많아진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발생한 일들을 포함하여 월요일에 시행될 업무에 대한 준비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일이 조금이라도 더 수월한 윗년차에게 배정되어야 한다. 그렇게 2년 차 마지막 몇 개월동안 일요일 근무를 이어가던 중, 3년 차가 되어서야 일요일에 쉬는 날이 다시금 찾아온 것이었다.


괜히 설레는 마음은 한가득 생겼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막상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생기니, 뭘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뿐이었다. 쉬는 법과 노는 법을 완전히 다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내가 소홀했던 것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놓친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정말로 중요한 일들은 그래도 크게 놓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붙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들도 있었지만, 정말 꼭 삶에 필요한 것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냥 어떤 면에서는 필요 없던 것들은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바쁜 게 좋은 것은, 많은 것들이 알아서 정리된다는 것이다. 걱정이나 고민할 겨를도 없이 지나가버리면, 또 그냥 그렇게 없는 채로 잘만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가한 시간들이 생겨나서 괜히 머리만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주어진 일들만 하다 보면 스스로 찾아 해야 하는 부담이 덜어지는 것이 당연하니.


아마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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